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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인간과 첫 토론배틀 AI "난 피가 없어서 피가 끓을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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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력과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알맹이 있는 팩트 전달에 탁월

18일 저녁(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IBM사의 한 센터에선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첫 토론 배틀이 벌어졌다. 인간계 대표로는 이스라엘의 토론 챔피언이었던 두 남녀가, AI 진영에선 IBM이 6년간 개발한 '프로젝트 디베이터(Project Debater)'가 나섰다. 양측은 '우주 탐험을 지원해야 한다' '원격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2개의 주제를 놓고, 제안 설명(4분)-반박(4분)-결론(2분)의 순서로 번갈아 발언했다. 어느 쪽도 사전에 주제를 통보받지 못했고, AI는 '찬성' 쪽 의견을 맡았다.

대체적인 관전평은 표현 전달력이나 설득력 면에선 아직 사람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I의 주장에 '알맹이' 있는 사실(facts)이 더 많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원격의료 확대' 토론이 끝나고 가진 즉석 투표에선 청중 20%가 당초의 생각을 바꿔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AI는 절묘한 비유로 논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우주 탐험 지원은 좋은 타이어에 돈을 더 쓰는 것처럼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결국은 '좋은 도로'만큼이나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라며 "우주 탐험에서 얻은 과학적 발견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져 투자 회수율도 높고,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투자"라고 주장했다.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IBM이 계속 관리해 온 수억 건의 기사 및 학술 자료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돼 있어 실시간으로 이런 주장을 펼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발언에 간간이 섞은 농담과 실수들이었다. 여성 토론자가 '정부의 우주 탐험 지원'을 반대하며 속사포 발언을 하자 AI는 "분당 218단어를 쏟아내는 데 서두를 필요 없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확대를 주장하면서는 마치 열변을 토하듯 "나는 피가 없어서 피가 끓을 수는 없지만(make my blood boil)"이라고 농담을 했다. 또 "나로선 응당 그래야겠지만 나는 테크놀로지의 힘을 확신한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발언 중간에 생뚱맞게 '화면 목소리(voice-over)'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발언 정보가 동영상 데이터에서 수집한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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