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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겁 없는 막내야, 멕시코를 흔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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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월드컵 역대 최연소 10번 이승우 순간 스피드와 돌파력 뛰어나 경기흐름 뒤집는 '크랙' 역할 기대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 스웨덴전 0대1 패배 이후 19일 침체된 분위기에서 빗속 훈련을 진행했던 대표팀은 다음 날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스무 살 막내 이승우가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공 뺏기 게임을 하다가 귀여운 댄스도 선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형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훈련에 앞선 기자회견에서도 이승우는 막내다운 패기를 보였다. 그는 "우리가 언제 월드컵에서 3승을 한 적이 있느냐"며 "이제 1패를 했을 뿐이며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스웨덴전에서 신태용호(號)는 무기력했다. 수비를 먼저 하고 상대 빈틈을 노려 역습을 하려고 했지만 속도가 맞지 않았다. 스피드가 뛰어난 손흥민이 공을 몰고 나갈 때면 뒤에 처져 있던 동료가 제때 지원에 나서지 못했다. 최전방의 김신욱은 키가 큰 만큼 발도 느렸다.

한국이 16강 진출을 노리기 위해선 멕시코와 조별 리그 2차전(23일 밤 12시)을 잡아야 한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골이 필요하다. 또다시 '유효 슈팅 0개'의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공격진의 변화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빠르고 기술 좋은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팀도 공격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진단한다. 순간적인 스피드와 돌파력이 뛰어난 이승우가 최적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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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엔 '크랙(crack)'이란 용어가 있다. '깨다, 부수다'의 뜻을 가진 단어로 축구에선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를 뜻한다. 팀 전술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현란한 드리블 돌파 등 개인 능력으로 찬스를 스스로 만들고,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이가 '크랙'이다. 리오넬 메시와 무함마드 살라흐, 에덴 아자르 등이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이승우도 그런 크랙의 향기를 풍긴다. 작년 U-20(20세 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하프 라인부터 치고 들어가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A매치 데뷔전인 지난달 온두라스전에서도 긴장을 모르는 듯 쉴 새 없는 돌파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팬들은 이승우를 보고 "무언가 기대를 하게 한다"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 월드컵 역대 최연소 10번인 그는 스웨덴과의 1차전에 교체 출전하며 넷째로 어린 나이(20세 163일)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활발하게 움직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한국의 최연소 출전 기록은 '축구 천재'들의 전유물이다. 이동국(19세 2개월)은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통쾌한 중거리 슈팅을 날리며 스타덤에 올랐고, 고종수(19세 8개월)와 김주성(20세 5개월)은 각각 프랑스월드컵과 멕시코월드컵 조별 리그 전 경기에 출전했다. 이번엔 겁 없는 막내 이승우의 차례다. 그가 멕시코의 수비를 뒤흔드는 한국 축구의 크랙이 될 수 있을까. 이승우는 "득점이나 도움 같은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다 같이 뭉쳐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멕시코를 상대로 선수들 모두 한 발 더 뛰고 부딪친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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