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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밥 논법' 아베… 이번엔 '신호 무시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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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묻는 말 피해가는 걸 신호등에 비유해 비꼬아

조선일보

이누카이 아쓰시(犬飼淳·32)라는 평범한 회사원이 지난달 30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토론을 듣고,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의 화법은 '신호 무시 화법'"이라고 비꼬는 글을 트위터와 블로그에 띄웠다. 네티즌, 연예인, 야당 정치인들이 잇달아 이 글을 퍼 날라 이누카이씨의 블로그 조회 수가 순식간에 6만건을 넘어섰다고 아사히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일본 정가의 최신 유행어가 된 것이다.

신호 무시 화법의 핵심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느냐, 피해가느냐'에 따라 총리의 발언을 세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적신호 화법'은 질문과 아무 상관 없는 동문서답을 하는 것, '황신호 화법'은 상대의 질문을 동어반복하는 것, '청신호 화법'은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다.

이번 여야 대표 토론에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가 "총리가 처음 사학 스캔들이 터졌을 때 '부부 중 하나라도 관여했다면 총리직을 버리겠다'고 자신하더니, 이제 와선 '뇌물은 안 받았으니까 관여한 게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일국의 리더로서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느냐"고 따졌다. 아베 총리는 "에다노 대표와 저는 의원 당선 동기로서, 에다노 대표가 여당이고 제가 야당일 때도 있었는데, 이런 이합집산 속에서도 늘 추구하는 건 결국 국민을 위해 실질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적신호 대답'의 예다.

에다노 대표가 다시 "총리 부인이 공무원을 시켜서 민원을 해도 된다고 보느냐"고 묻자, 아베 총리는 "총리 부인 담당 공무원이 있어도 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고, 그게 괜찮은지 말해달라는 말씀"이라고 상대의 질문을 의미 없이 반복했다. 이른바 '황신호 대답'이다. 이누카이씨는 여야 토론을 지켜본 뒤 "총리의 대답을 분석해보니 '청신호 대답'은 4%에 불과하고, 적신호 대답이 34%, 황신호 대답이 41%였다"고 블로그에 띄웠다.

아베 총리의 화법을 둘러싼 유행어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밥 먹었느냐"고 물어보는데 "(빵은 먹었지만) 밥은 안 먹었다"는 식으로 비켜가는 경우를 가리켜 '고항 논법'이라는 말도 화제가 됐다. 일본어로 '밥'을 고항이라고 한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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