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이민 장벽 높이고 인권 외면하는 트럼프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앞세워 명분보다 실리만 좇아 / 밀입국 가족 강제 격리 비난 빗발 / 공화 의원 이어 소속 주지사도 반대 / 주방위군 철수령, 파견 백지화도 / 트럼프, 비판 높자 정책 수정 시사 /“이스라엘에 비우호적” 이유들어 / 유엔인권이사회마저 탈퇴 선언

세계일보

‘부모·자녀 격리’ 텐트 미국 정부의 밀입국 가족 격리 정책에 따라 부모와 헤어진 어린이와 근로자들이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토닐로 통관항 인근에 마련된 텐트 수용소에 줄지어 서 있다.토닐로=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이민 장벽’을 높이고, 인권 문제에는 관심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속된 미국 정부의 행보이다. 트럼프 정부는 급기야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를 선언하고, 밀입국 가족 강제격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9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 탈퇴 방침을 밝혔다. 인권이사회는 유엔총회의 산하기구이다. 회원국들의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인권보호 조치를 권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초기인 2009년 인권이사회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미국의 유엔기구 탈퇴는 트럼프 정부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탈퇴했다.

세계일보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인권이사회의 비우호적인 성향을 탈퇴 이유로 들었다.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편견과 반감을 보인 반면,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활동해 왔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탈퇴 당시와 같은 탈퇴 이유인데, 미국 주류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둔 유대계의 표심을 고려한 행보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교방식도 이번 탈퇴 결정에 작동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걸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전격 선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과 정치적 입지에 따라 움직여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인권에 대한 무관심은 밀입국 가족을 대하는 방식과 이민법 개정 행보에서도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밀입국하는 불법 이민자 부모들을 체포하면 그들의 미성년 자녀와 격리해 수용했다.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종의 무관용 정책이었지만 이는 극심한 반발을 야기했다.

세계일보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 국경 인근 지역인 토닐로에 설치된 불법이민자 자녀 임시 수용시설의 18일(현지시간) 모습.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무관용 정책''으로 부모와 격리된 이민자 자녀들이 토닐로 통관항에 있는 이른바 ''텐트시티''에 수용돼 있다. AFP=연합뉴스


당장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까지 무관용 정책을 비판한 데 이어 공화당 소속 일부 주지사들은 국경보안을 위해 배치한 주방위군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뉴멕시코주 국경지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메릴랜드 주방위군 소속 헬기와 탑승 인력에 대해 철수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호건 주지사에 앞서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트럼프 정부의 아동격리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베이커 지사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정부의 아동격리 정책을 비판하며 주방위군 파견 계획을 백지화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의 반발이 더 거센 가운데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비인도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에 직면하자 이날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밀입국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을 손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즈 샤 백악관 대변인은 회동 직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비자추첨제 폐기, 가족 구금 허용으로 격리 문제를 해결하는 이민법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 주도의 법안을 포함해 이민개혁법안 2건의 하원 상정을 앞둔 상황에서 불법 이민자 격리와 장벽 건설 문제 등을 일괄타결하겠다는 백악관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백악관의 의지가 관철될지는 미지수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