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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박 날 키즈상품, 엄마들이 제일 잘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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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왼쪽부터 류효진·한다경 우주플레이 공동대표, 이송희 마마스일러스트 대표, 김선영 달오즈공작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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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너무 죄송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느라. 아침마다 전쟁이에요." 오전 10시 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만난 '엄마' 대표들은 숨을 몰아쉬었다. 바로 전날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엄마꿈틀마켓' 행사에 참여한 어엿한 회사 대표지만 아침엔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등원시키기 바쁜 엄마다.

이들은 아이를 위해 만든 제품을 팔면서 창업했다. 이송희 마마스일러스트 대표는 자석교구와 러그, 김선영 달오즈공작소 실장은 벽에 붙이는 자석칠판과 키재기 자, 우주플레이는 미술용 앞치마를 판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그들의 '생활'에 공감한 엄마들이 아이를 위해 산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곱 살, 다섯 살 아이를 뒀으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김 실장은 패션회사에서, 이 대표는 미술교육연구소에서 일했다. 류효진 우주플레이 대표는 승무원, 한다경 대표는 디자이너였다. 일이 사라지니 우울감이 찾아왔다. 김 실장은 "둘째 출산 전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며 "내 일을 찾고 아이가 컸을 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직원과 의기투합했다. 여행, 육아, 쇼핑 등 일상을 소소하게 포스팅했고 아이 방을 꾸미는 소품을 같이 노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 아이 때문에 창업했다. 야채를 잘 먹게 하려고 브로콜리를 그려줬는데 아이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아이가 이유식을 잘 먹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그림을 사고 싶다'는 댓글이 달렸다. 브로콜리로 시작한 채소 그림은 아이가 쥐고 놀기 쉬운 자석교구로 발전했다. 아이 첫돌 기념으로 그린 초상화엔 이웃들이 '내 아이도 그려달라'고 호응했다. 초상화를 그려 창업 자본금을 모았다. 이 대표는 "이웃이 크라우드펀딩을 해서 동물, 과일, 공룡 일러스트가 나올 수 있었다"며 "'나 대신 성장해주는 엄마'라며 제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응원해주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5월 초 창업한 우주플레이는 열흘 차이로 태어난 두 아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중·고등학교 동창이 일을 그만두고 '동네 엄마'로 다시 만났다. 두 아이와 어떻게 더 재밌게 놀까 궁리하며 만든 스티커, 유치원 친구 생일 선물, 미술놀이 앞치마가 사업 밑천이 됐다.

이들 브랜드의 경쟁력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과 '공감'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제작할 때 엄마 시선으로 보고 아이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다"며 "SNS에서 공감을 많이 얻은 제품을 출시하다 보니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손에 쥐기 좋은 도톰한 자석, 벽에 낙서하고 꾸미기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붙이는 칠판도 모두 SNS상에서 공감을 얻은 히트 제품이다. 대량으로 찍어내는 '이케아' 제품보다 비싸도 직접 보고 품질에 만족한 사람들이 단골이 된다.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실제 일에 쏟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숙제다. 김 실장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마다 벽에 부딪치는 기분인데 시간을 더 늘릴 수는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마칠 텐데 집에서는 아이 등원 전에 밥을 먹여야 하니 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 써야 한다"(한 대표)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서 미팅한 날도 있다"(이 대표)는 '간증'이 쏟아졌다.

가족의 응원은 큰 힘이다. 딸의 사직서를 출력해오면서 눈물을 쏟았던 친정아버지는 이 대표가 그린 그림에 붙일 글을 다듬는다. 연우와 한주는 "너희가 입은 앞치마가 예뻐서 다른 언니 오빠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면 선뜻 앞치마를 벗어주며 "입어보세요"라고 한다. 이 대표를 따라 행사를 다니던 호야는 "우리 엄마가 만든 퍼즐 같이 해볼래" 하며 먼저 말을 걸 정도로 자랐다.

대표들은 꿈이 많다. 김 실장은 "지금은 아이 공간만 주로 꾸미지만 어른들 공간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매출액 일부를 해피빈이나 미혼모 시설에 기부한다. 김 실장은 "제가 되고 싶은 당당한 엄마는 부자 엄마가 아니라 주변을 잘 살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우리 아이들만 같이 놀긴 아까우니까 작은 독립 공간에서 미술·영어를 하며 노는 클래스를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력 단절 여성을 응원할 수 있게 엄마의 진심을 담은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고 다른 브랜드와도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표' 브랜드는 단골이 많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40여 개 브랜드를 모아 연 '엄마꿈틀마켓'에서 하루 평균 500만원어치를 판매한 브랜드도 있다. 홍유리 현대백화점 유아동 바이어는 "참여 업체에 팝업스토어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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