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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중도금 받은 뒤 이뤄진 부동산 이중매매, 여전히 `배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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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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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63]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 확립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도전이 최근에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후에 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이중으로 팔아 넘기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이 유지됐다. 대법원이 지난 5월 17일에 선고한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얘기다.

우선 문제가 됐던 사안의 개요부터 보자.

A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상가 점포를 매수인에게 약 14억원에 매도하고, 계약 당일에 계약금 2억원을 받고 한 달 후 중도금 6억원을 받았다. 합계 8억원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A는 이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줬다.

전형적인 부동산 이중매매 사례다.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이 A가 계약금 2억원 말고도 중도금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모든 부동산 이중매매가 문제 되는 게 아니라 중도금을 받은 이후에 다시 동일한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한 것이 문제가 된다. 매도인은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줘야 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자유로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을 받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계약이라고 하는 약속만 있는 게 아니라 매수인이 자신의 의무이행을 착수한 것이 돼 계약의 법률적 구속력이 더욱 강해진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매수한 부동산(상가 점포)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신뢰에 보다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민법은 매도인이 계약 당시에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시기를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라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565조). 이로써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이라는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줘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된다. 매도인도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는 매수인의 신뢰를 민법은 이렇게 보호한다.

그런데 민법으로 중도금 지급 후의 매수인을 보호하는 외에 이중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해 형법상으로도 매수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게 옳을까?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죄 처벌 논의의 출발점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여전히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편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대법원 다수 의견을 정리해보자.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에 이르러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해 주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중도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런 단계에까지 이른 매수인의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

-그러한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처분해 버리는 행위는 매도인으로서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 받은 이후 해당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해 온 그간의 대법원 판례가 부동산 거래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의 소수의견은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해 배임죄 성립에 필요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부동산 매도인이 목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편과 같은 의견을 냈다.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동산에 그치는 것이고, 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무죄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점도 챙겨두자.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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