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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김정은·시진핑 또… 폼페이오 방북 직전 '작전회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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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차 訪中] 석달새 세번째 방중… 美와 비핵화협상 앞두고 '제재완화 딜'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9일 중국 방문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지 일주일 만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은둔형 지도자였던 김정은이 지난 3월 말 처음 중국을 방문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한·미·중 정상을 6차례 만나며 세계 외교 무대를 휘젓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특히 시진핑과 3개월 동안 세 번 연거푸 만나면서 밀착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제재 완화 가속화될 듯

김정은의 3차 방중은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중국과 공유하면서, 본격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 직후부터 '대북 제재 해제'를 주장해 왔다. 당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안보리 결의에는 북한이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제재 조치를 중단·해제하는 등 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는 관련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를 실제 완화해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말 대북 독자 제재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북한 관광 제한 조치'의 해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형 온라인 여행사들은 북한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 도시에서 평양으로 전세기를 이용해서 직항하는 관광 상품도 등장했다. 중국의 관광 재개로 북한엔 연간 300억~400억원대의 외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일보

시진핑 "美北회담 성공적" 김정은 "중국 역할에 감사"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설주, 김정은, 시진핑, 펑리위안 여사.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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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지대의 출입국 및 통관 절차도 느슨해지고 있다.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전에는 중국 세관원이 북한으로 가는 화물차를 일일이 전수검사 했지만 지금은 절반만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경제 건설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한다"고 했다.

對美 협상 파트너 된 北·中

이번 북·중 정상 간 만남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 당국자 간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사실상의 '작전 회의' 성격도 짙다. 김정은은 폼페이오의 두 차례 방북 이전에도 중국을 찾아갔다. 4월 1일 폼페이오가 처음 방북하기 직전인 3월 25~28일 김정은은 열차를 타고 베이징에 가서 시진핑 주석과 첫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5월 9일 폼페이오가 두 번째 방북하기 직전인 5월 7~8일엔 비행기로 다롄에 가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북·중 간 사전 협의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원칙적 수준의 비핵화 의지만 밝히고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받아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을 함께 논의)'과 일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잦은 방중이 오히려 미국의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김정은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김정은이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난 후 북한의 태도가 강경하게 변했다는 지적이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은 북·중 간의 전략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대미(對美)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또 중국을 찾지만, 이런 부분이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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