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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하프라인에 갇힌 에이스… 손흥민을 수비수처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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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유효슈팅 '0' 어쩌다 이런일이 손흥민, 수비 중심 전술 따르다 96분간 뛰며 슈팅 한번도 못해

18일 스웨덴전 0대1 패배는 막연한 두려움을 현실적인 걱정으로 바꿔놓았다. 한국은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던 스웨덴에 무릎을 꿇으며 2·3차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 세계 1위 독일을 누르고 기세가 오른 멕시코를 23일 밤 12시(한국 시각) 2차전에서 만난다. 3차전(27일 오후 11시) 상대는 1차전 패배로 남은 경기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최강 독일이다. 스웨덴전이 끝난 뒤 곧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로 이동한 대표팀은 19일 회복 훈련을 소화했다.

우리는 골을 볼 수 있을까

스웨덴전에서 나타난 경기력을 봤을 때 대표팀이 남은 경기에서 승점 1점(무승부)이라도 따낼지도 걱정스럽다. 한국이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여덟 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승점을 얻지 못한 대회는 1990 이탈리아 대회(3패·1득점 6실점)가 유일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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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사이에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번 대회를 무득점으로 마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스웨덴을 상대로 한국 공격이 너무 무기력했다. 가장 뼈아픈 수치가 '유효 슈팅 0개'다. 유효슈팅(Shot On Target)은 상대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슛을 뜻한다. 상대 수비가 막지 못할 경우, 골로 연결되는 '진짜 슛'이다.

이날 한국의 슈팅은 총 5개였다. 그중 2개는 골문을 빗나갔고, 나머지 3개는 상대 수비에 걸렸다. 스웨덴 골문 쪽으로 날아간 슈팅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18일까지 치러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유효 슈팅을 날리지 못한 국가는 개막전에서 러시아에 0대5 대패를 당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 두 팀뿐이다. 더구나 유효슈팅이 집계된 최근 9차례 월드컵에서 한국이 유효슈팅을 한 개도 날리지 못한 것은 18일 스웨덴전이 처음이었다.

사우디의 경우엔 전원 국내파로 이뤄져 세계와 수준 차이가 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엔 손흥민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최근 두 시즌 39골을 터뜨린 특급 골잡이를 보유하고도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다면 그 공격 전술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린 손흥민이 있는데…

스웨덴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앞선 평가전에서 가동했던 손흥민·황희찬 투톱 대신 김신욱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손흥민·황희찬은 측면에 배치했다. 장신인 김신욱으로 상대 높이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내려앉은 한국이 구사할 수 있는 공격 루트는 양 측면에 포진한 손흥민·황희찬의 빠른 발을 살린 역습이었다. 하지만 가운데에서 쇄도해 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려야 할 김신욱이 발이 느려 측면을 파고 드는 동료들의 역습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중원의 미드필더들도 뒤로 처져 있어 제때 공격 지원에 나서기 어려웠다.

손흥민 본인도 측면에서 공격과 수비를 오가느라 장기인 결정력을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평소 "욕심이 많다"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슈팅을 아끼지 않던 그가 이날 슈팅을 한 개도 날리지 못했다. 미국 폭스스포츠 패널로 출연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톱 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윙백(측면 수비수)으로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전술"이라고 말했다. 신태용에 앞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도 "한국이 손흥민의 존재감을 스스로 지우고 말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전, 신의 선택은?

멕시코와의 2차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스웨덴전처럼 '선(先) 수비 후(後) 역습'으로 득점이 어렵다면 공격적인 전형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간 번개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공격력을 지닌 멕시코에 대량 실점을 허용할지도 모른다.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일단은 수비를 단단히 하고 역습 '한 방'을 노리는 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방식"이라며 "결국은 어떻게 해서든 손흥민의 결정력을 살리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놓고 이승우나 문선민 등 스피드가 좋은 선수를 측면에 배치해 빠른 역습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멕시코를 이겨야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에서 신 감독은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박지성 위원은 "이대로 포기한다면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수 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걸 모두 보여줘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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