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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MB 국정원, 양대 노총 분열 공작 의혹 … 검찰, 이채필 전 고용장관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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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용부서 국정원 지원 정황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한국노총 중심의 노동 운동을 분열시키려고 ‘어용 노조’ 설립을 불법 지원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1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실 사무실과 이채필(62)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전 고용부 장관 정책보좌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노사정책, 노동조합 관련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정부에 우호적인 노동계 파트너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 설립(2011년 11월) 전후로 1억7000여만원의 불법 자금을 지원한 단서를 포착했다. 당시 국민노총은 지방공기업연맹 등 전국의 6개 산별노조가 참여해 조합원 3만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이던 한국노총이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 등 정부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던 때였다. 국민노총은 양대 노총과 달리 ‘대립과 투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기치로 걸고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기아차에 복수노조 설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 한국노총과 통합됐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국민노총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 자금 지원 과정을 보고받거나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날 자택을 압수수색당한 이 전 보좌관에 대해선 국민노총의 전신으로 알려진 ‘새희망노동연대’에서 활동한 뒤 국민노총의 출범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이 억대의 공작비를 국민노총에 투입한 정황을 담은 자료를 넘겨 받았다. 지난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재판에서도 원 전 원장이 민주노총 등을 공작 대상으로 삼으려 한 정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됐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9월 국정원 회의에서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대한 선거는 (국정원의 노력으로) 재투표로 이어졌다. 민노총이나 전교조, 공무원 노조 같은 문제도 (우리의) 중간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 전 장관과 이 전 보좌관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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