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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월성 1호기 폐쇄·신규원전 백지화' 찬반 양론으로 주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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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 경주시장 당선인·국회의원까지 가세해 정부·한수원 결정 규탄

환경단체 '환영'…"절차 빨리 진행해 갈등 봉합해야"

연합뉴스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전면 중단을 결정하자 이해당사자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수원 노조와 인근 주민, 경주시장 당선인, 지역구 국회의원, 천지원전 지주 등은 절차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환영 입장과 함께 다른 원전 조기폐쇄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수원 노조를 포함한 원자력정책연대는 19일 서울 국회에서 국회 원전수출 포럼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전격적인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대진 신규원전 4기의 사업종결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월성1호기는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간 연장운전을 승인받아 운영 기간이 4년이 남았고 노후설비 교체에 5천600억원, 지역상생협력금 1천310억원을 투입했는데 책임은 누구 몫인가"라며 "신규원전 사업종결로 원전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고 일자리 3만개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원전 사업종결은 원전 수출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면서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가스 발전을 늘려 전기요금 인상이 불 보듯 뻔하다"며 탈원전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국회 원전수출포럼과 원자력정책연대는 한수원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고 이사진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하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지역구에 원전이 있는 자유한국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김석기(경주) 국회의원도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전면 중단과 관련해 주민 공청회도 열지 않았고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한수원 이사회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어 재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두 국회의원은 "국가를 위해 양보하고 희생해 온 원전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을 참고해 폐원전지역특별법을 만드는 등 실질적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감포읍발전협의회와 월성원전 인근 5개 마을 주민 50여명이 경주 한수원 본사를 방문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지난 40년간 희생을 감내하며 전력수급 등 국책사업에 협조해 왔는데 정부와 한수원은 철저하게 주민 의사를 무시한 채 조기폐쇄를 강행했다"며 "현 정부는 다를 것으로 생각하며 믿고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선거 압승을 기회 삼아 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배신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은 한수원 업무시설 진입을 시도하다가 한수원 기동타격대와 충돌하기도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당선자도 최근 "한수원 이사회가 단체장 교체기를 틈타 비밀 모임을 하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것은 무척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경주시가 요구해 온 고준위폐기물 대책과 원자력해체연구센터·제2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관련 기관 유치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답변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이 무산된 영덕 천지원전 예정지 지주와 주민 반발도 만만찮다.

조혜선 천지원전 지주총연합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7년간 사유재산 침해를 당하다가 하루아침에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국책사업에 협조했는데도 보상 절차가 늦어져 피해를 봤는데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수원 사장이 이미 매입한 땅을 다시 공매하기로 해 주민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한 1심 소송에서 져 항소하기로 했고 앞으로 농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천지원전 지주총연합회는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계획이 중단되면서 한수원이 건설예정지 땅을 매입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구지법 제1행정부는 지난 5월 2일 "땅 매수는 사법상 계약에 관한 것으로 행정 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수원 결정을 환영하는 의견도 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핵으로부터안전하게살고싶은울진사람들,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는 18일 성명서에서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 계획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며 "정부는 한수원 이사회 의결에 따른 행정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삼척과 영덕 주민의 오랜 갈등을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 전력 계획상 백지화를 결정한 신규핵발전소 6기 중 2기 행방이 묘연하다"며 "한수원은 조속한 시일에 울진의 신한울 3·4호기도 백지화 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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