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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진핑 "中, 한반도서 건설적 역할 계속"…美 향해 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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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北中정상회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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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3월과 5월 1·2차 방중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중국 방문이다.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를 놓고 미국과 줄다리기 형세를 이어가고 있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지렛대 삼아 향후 미국과의 세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반면 남중국해,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핵 이슈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압박한다는 차원에서 북·중 간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북·중 우호 발전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국제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려는 중국의 확고한 입장과 북한 인민에 대한 우호,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국이 협력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을 한 걸음씩 착실히 이행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새로운 중대 국면을 열어나갈 수 있다"며 "북한은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 추진,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수호 방면에서 보여준 역할에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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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중 수장의 전격적인 만남은 미·북정상회담 이후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북한과 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북정상회담 이후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 세부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대미 협상 주도권을 쥐는 한편 대북 제재 완화 및 경제적 지원 등을 받아내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봉황망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실제로 비핵화 실행에 나섰는데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야만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중국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이끌어내면서 경제적 숨통을 트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항공, 관광 등 분야에서 사실상 대북 제재를 풀었다.

또 향후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검증을 받을 때를 대비해 중국을 우선 아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이 검증 대상 시설의 명단을 작성할 때를 대비해 중국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서두른 이유는 미·북정상회담에 이은 미·북 고위급 협상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북 고위급 협상에서는 비핵화의 세부 실천 사항에 대해 논의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압박·견제하는 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대만 문제, 무역 이슈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고,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선공과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가까이 하면서 지원에 나선 이유 역시 미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콩 봉황TV는 "현재 주요 2개국(G2) 간 분쟁은 경제, 정치 등을 나눠서 볼 것이 아니라 전 분야에서 경쟁하는 구도"라며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에 이은 개방의 길을 걷게 되면 미국과 북한이 가까워질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지지하면서 한미 군사 훈련 중단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논리다.

한편 이번 북·중회담에서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미국을 의식해 겉에서 보이는 북·중 밀월 관계를 재포장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현재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일괄 타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김정은의 방중이 북·미 간 신뢰를 흔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이 모종의 입을 맞췄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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