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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급하면 핸드폰 들어···강경화-폼페이오 라인 '찰떡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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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위해 도착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예방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나란히 차에서 내려 청사로 함께 입장하는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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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화를 하겠다고 했던 당일인 지난 18일 오전(미국시간 17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통화가 이뤄질 지에 대해 미리 답을 내놨다. 북·미 핫라인을 놓고 국제외교가에서 오갔던 설왕설래를 잠재웠다. 강 장관은 이날 내신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 간 전화 통화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을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얻었다”고 답했다. 브리핑 직전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고, 실제로 북·미 핫라인 상황은 강 장관의 답변 그대로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통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간 청와대와 백악관이 주도했던 대북 공조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른바 '강-폼 라인’이 뜨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에서 초대형 이벤트가 이어지는 동안 외교부는 ‘패싱’ 논란에 시달렸다. 청와대가 백악관과 직통 라인을 만들며 흐름을 주도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정의용 실장이 주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강 장관은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비핵화 실무의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오히려 정보 빈곤에 시달리며 부서 내부에서도 ‘우리는 아는 게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강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폼페이오 장관이 부임한 지난달 초 이후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크게 신임을 받지 못했던 전임자 렉스 틸러슨 장관과는 입지가 다르다. 자타가 공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데다 북·미 협상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미 소식통은 “국무부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간 알력싸움이 있었으나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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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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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매우 좋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정된 4월말 이후로 벌써 세 차례나 직접 만났고, 공식 통화만 7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직후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와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날인 13일 방한해 14일 강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 장관 얼굴을 본 지 나흘 만인 18일 전화 통화를 하며 또 상황을 공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외교부에 북·미 협의 관련 문의를 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케미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비공개 소통에도 있다. 강 장관이 방미해 폼페이오 장관과 처음 만났던 5월 초 직후 두 장관은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보안을 요하는 공식 전화회담은 배석자를 두고 유선전화로 하지만, 통화시간 조율 등 간단한 의사소통은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종종 이뤄진다고 한다. 한·미 외교 수장이 활발히 접촉하자 그동안 몸을 낮춘 채 주로 비핵화 시나리오 준비에 몰두했던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도훈 본부장은 조만간 미국 등 주요국을 방문해 비핵화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 장관도 직접 움직일 계획이다. 강 장관은 18일 브리핑 때 “아직 발표할 상황은 아니지만, 7월에 외교장관의 해외일정이 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계속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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