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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인도 교과서에 ‘간디 암살’ 사라져…모디 총리 ‘역사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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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공립학교 사회 교과서에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이름과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암살에 대한 내용을 삭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모디 총리가 힌두교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을 ‘외부인’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의 공립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2016년부터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의 이름이 사라졌다. 네루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라이벌 정당인 제1야당 국민회의(INC)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에 크게 패한 국민회의는 현재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가 이끌고 있다.

간디의 사망에 관한 내용도 교과서에서 빠졌다. 전문가들은 간디를 암살한 인물이 인도국민당의 모체이자 힌두 민족주의 극우단체인 ‘민족봉사단(RSS)’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도 RSS 출신이다.

모디 총리는 그동안 네루와 간디를 공식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으나, RSS는 “간디와 네루는 이슬람교에 굽신거리며, 힌두교인을 괴롭혔다”고 주장해왔다. 인도 국민 약 13억명 중 힌두교도는 80%를 차지하며 무슬림은 15% 정도다

반면 간디 암살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나야크 다모다르 사바르카르는 새로 교과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힌두교 원리주의에 입각한 ‘힌두교 국가’를 주창한 인물이다.

역사 교과서 집필에 종사했던 인도의 역사학자 아르준 데브는 “모디 정부의 역사 다시 쓰기는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유대인을 박해했던 나치를 연상시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

인도 공립학교 교과서에서 2016년부터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 이름과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암살에 대한 내용이 삭제됐다./ 위키피디아


모디 총리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도 교과서에 추가됐다. 인도 매체 인디아 익스프레스가 인도 전국 25개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모디 정부에서 추진한 주력 정책을 소개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인도 가정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클린 인도(Clean India)’ 프로젝트와 급여 지급 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한 ‘디지털 인도(Digital India)’ 등이다.

모디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무슬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마이너리티위원회의 자훌 칸 위원장은 “모디 정권은 힌두교도야말로 ‘본래 인도 사람’이며 무슬림과 소수 종교인들을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과반수 획득을 위해 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부추길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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