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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한미훈련 중단’ 챙긴 北, 다음엔 서북도서 무장해제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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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안팎 장성급회담서 제기 관측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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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선언을 끌어낸 북한의 다음 수순이 ‘서북도서의 무장해제’ 관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에 증강 배치된 우리 군 전력의 대폭적인 감축이나 후방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남북 장성급 회담의 핵심 의제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화’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 관계자는 “서북도서가 갖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를 감안할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서해 NLL에서 불과 1.5∼6km 떨어진 남쪽 해상에 자리 잡은 서북도서에는 우리 해병대 병력(5000여 명)과 각종 타격무기(K-9 자주포, 신형다연장로켓포 등)가 집중 배치돼 있다. 북한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섣불리 도발에 나섰다가 서북도서 바로 맞은편의 북한 내륙 주요 군사시설과 지원·지휘세력이 한국군의 즉각적인 보복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북도서의 해병대 전력은 유사시 기습 상륙작전으로 평양 함락까지 ‘직행’하는 작전 계획을 갖고 있다.

매년 3월 독수리훈련(FE)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쌍용훈련)은 이런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숙달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해군참모총장 시절에 서북도서를 북한의 옆구리와 목을 각각 겨누고 있는 ‘비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서북도서의 대북 군사적 유용성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 지휘부에는 이런 위협의 근원을 어떤 식으로든 제거하는 게 숙원 사업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전시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서해 NLL 일대의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군으로서는 서북도서 전력이 크게 줄거나 철수하면 유사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방어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군사분계선(MDL) 인근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와 서북도서의 우리 군 전력 철수를 ‘맞교환’하자고 요구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런 요구를 해오더라도 극히 신중을 기해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북도서 맞은편의 해안가와 내륙에는 북한의 포병군단과 상륙 전력이 대거 포진해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서북도서 기습 강점 및 포격 훈련을 지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협이 완벽하게 제거될 때까지 서북도서의 우리 군 전력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백령도, 연평도 점령을 위한 북한 특수부대 훈련을 시찰하며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북한 장사정포의 긴 사거리(300mm 방사포는 최대 200km)를 감안할 때 어중간한 위치의 후방 철수를 대가로 서북도서 전력의 감축이나 철수를 추진할 경우 수도권과 서북도서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육상과 도서에 배치된 전력 배치 운용의 차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군 소식통은 “서북도서의 전력을 감축하거나 철수한 뒤 이를 다시 배치하려면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북한 내륙의 장사정포는 언제든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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