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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설] 알바전쟁에 내몰리는 청년들, 일자리정부는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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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의 암담한 현실을 빗댄 자조적 신조어를 보면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참담하다. 취업난으로 학교라는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을 둥지족이라고 부른다. 나이 든 학생에게는 노땅 대학생을 줄여 노대딩, 졸업을 미루고 학교에 계속 머무는 경우엔 NG(No Graduation)족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졸업을 유예하다 보니 대학 5학년, 대학 6학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취업에 실패해 한 해, 두 해 재도전하면서 대입처럼 취업 재수, 취업 삼수생이라는 용어도 통용된다.

한 취업정보사이트의 조사를 보면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비용은 한 달 평균 27만원가량으로 2016년 22만원, 2017년 24만원에 비해 매년 늘고 있다. 구직자 다수는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부모에게 이를 지원받는다는데 청년층의 구직 기간 금전적 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에게 의존하기 힘든 취업 준비생은 졸업과 취업 사이에 이른바 징검다리 알바(아르바이트)에 나서 준비기간을 버텨낸다니 알바 경쟁에도 내몰리는 실정이다. 신한은행의 보통사람금융보고서에서 분석한 취준생들의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13개월로 나온 만큼 직장을 잡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청년들은 취업시험에다 알바 잡기까지 무한 경쟁에 먼저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고용동향에서 나타난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로 역대 최악 수준까지 올라갔다.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3.2%에 달해 4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자리 쇼크의 배경을 인구 구조 변화나 계절적 요인 등 상시 변수에 더 무게를 실으며 애써 희망적 상황 변화를 고대하는 태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일자리 쇼크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본 기조를 바꾸지는 않고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니 걱정스럽다. 문재인정부는 청와대에 일자리 수석비서관과 전담팀을 새로 만들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두는 등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나 되레 뒷걸음질만 치는 형국이다. 얽힌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원점부터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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