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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몸집 키워라"…바이오업계 증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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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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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제약 업체들이 공장설비 신·증설을 통한 생산 규모 확대 전쟁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텍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와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까지 앞다퉈 생산설비 확충에 나선 상태다.

바이오제약 업체들이 덩치를 확 키워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바이오·합성의약품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3공장 증설계획을 밝힌 상태로 현재 19만ℓ인 생산 규모를 55만ℓ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36만2000ℓ 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해 세계 1위 CMO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르면 내년 중 착공할 4공장 설비능력까지 포함하면 5년 내에 연간 생산 규모가 54만ℓ로 확대될 전망이다.

증권사와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로슈도 현재 67만ℓ인 생산능력을 91만ℓ까지 확충할 계획을 밝혔고, 베링거인겔하임은 30만ℓ에서 43만ℓ로 생산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다국적 제약사 론자는 현재 28만ℓ인 CMO 생산 규모를 대거 증설할 계획이다. 아메리칸파머슈티컬리뷰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이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78%였던 바이오의약품 공장 가동률은 잇단 생산설비 증설 경쟁에 2018년 79%, 2019년 85%, 2020년 91%까지 올라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 화합물을 조합해 만드는 합성의약품 시장에서는 SK바이오텍이 현재 연간 32만ℓ인 국내 생산 규모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2020년 80만ℓ로 늘릴 계획이다. SK바이오텍은 1년 전 인수한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까지 포함해 국내외 총생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에 가까운 100만ℓ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 시장은 카탈렌트와 DPx 등이 주도하고 있다.

향후 의약품 생산시장은 CMO 기업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제약사가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보유 설비를 매각하고 생산전문 기업에 '외주'를 주는 게 커다란 흐름이 됐다. 또 규모는 작지만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이 급증하면서 이들도 무시할 수 없는 CMO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CMO는 글로벌 톱 플레이어 회사 영업이익률이 약 30%에 달하는 알짜 산업이다.

글로벌 CMO 시장은 2015년 726억7000만달러에서 연평균 8.4% 성장해 2020년께 1087억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제약시장이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고성장세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제약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도 급성장해 2015년 73억달러에서 2020년 154억달러로 연평균 16.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등이 주도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인정받으면서도 가격은 40%까지 저렴해 의료비 절감을 고민하는 전 세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분야다.

합성의약품 CMO 전망도 밝다. 전체 의약품 중 70~80%는 여전히 합성의약품이기 때문이다. SK바이오텍 관계자는 "합성의약품 CMO는 대부분 장기 수주계약이고 주문대로 조합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과는 달리 동일성에 대한 우려도 덜한 편"이라며 "원료의약품은 생산하면 물량을 재고로 쌓아두지 않아도 바로 소화가 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도체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몇 년 안에 공급 과잉으로 낭패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상황이어서 공급 과잉을 걱정하기보다는 '시장 선점 효과'가 더 크다고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한 제품만 1년 내내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3만ℓ 규모인 1공장은 최대 100배치를 생산할 수 있다"며 "그런데 시생산은 상업생산처럼 많이 생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3~4배치만 생산한다. 이 기간에 나머지 84%의 설비는 놀리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은 어디나 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에는 이처럼 일정 기간 공장을 놀려야 하는 점이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공장을 짓는 데 5년, 밸리데이션(검증)에 1년, 시생산에 2년 등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데 8년 이상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제조·개발 기능 전반을 일임할 수 있는 CMO는 전 세계를 통틀어 20개가 되지 않는다"며 "4000개가 넘는 후발 CMO들은 향후에도 단발성 위탁생산 물량만 맡을 수밖에 없어 한국 CMO 기업들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시앱텍 등 중국과 인도 제약기업이 CMO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지만 이들이 한국 기업을 따라잡으려면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신찬옥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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