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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한국은행 통합별관 입찰논란 쟁점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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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예정가격 넘긴 계룡, 조달청 '기술제안 활성화' 재량권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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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이상 끌어온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 입찰 분쟁이 최종 조정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공시설공사 수주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달청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관행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산하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 입찰 관련 삼성물산이 제기한 조정 신청에 대해 3차 소위원회를 연다. 당초 조정 신청(2017년 12월) 이후 규정상 80일 이내 조정을 종결해야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복잡성을 감안해 3차 소위원회에서 전원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겠단 입장이다.

①예정가격 넘긴 계룡건설, 조달청 "기술제안 활성화 조치"

핵심쟁점은 1순위 낙찰자인 계룡건설의 예정가격 초과 여부다. 국가계약법상 예정가격은 낙찰자 및 계약금액의 결정 기준으로 업체들의 담합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상한제로 적용된다.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의 사업비는 3600억원. 이 중 관급액(도급자+관급자 설치=659억원)을 제외하고 추정가격에 부가세를 더해 연동되는 예정가격은 2829억원으로 계룡건설만 유일하게 예정가격을 초과해 입찰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계룡건설의 도급액 차이는 589억원, 관급자재를 포함한 평가대상 금액 기준으로는 462억원이 차이가 난다. 최근 경실련이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를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한 이유다.

조달청은 한국은행 통합별관 사업은 실시설계 기술제안 사업으로 기술제안 평가비중이 80%에 달했고, 기술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해 입찰공고문에 국가계약법과는 별개의 예정가격 초과 '간주' 규정을 뒀다는 입장이다.

분쟁조정 내용에 정통한 한 민간위원은 "업체별 기술제안 및 설계안에 따라 관급자재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해 입찰금액과 관급금액의 합이 예정가격과 관급자재 금액의 합을 초과하지 않으면 용인하는 내용인데, 이 부분이 조달청만의 자의적 운영이란 공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관급자재비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지정하는 업체의 자재로 공급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개별 기업이 관급자재비를 낮춰 제안해도 정작 중기부 등 주무관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종적으론 이보다 큰 금액에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는 것. 2017년 초 집행한 국회스마트워크센터가 대표적이다.

②미자격사 참여 방조? 법령보다 우선시된 조달청 규정

사전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도 조정의 관건이다. 한국은행 통합별관 시공사업은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대상 공사다. 1순위 업체의 정보통신공사업 시공능력평가액이 사전심사되고, 사후에 심사하더라도 관급액을 포함해야 한다.

조달청 규정에는 입찰참가자격을 입찰금액 기준으로 평가하게 돼 있다. 하지만 사전심사 시점에는 입찰금액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순위 업체인 삼성물산은 이를 추정금액으로 치환해 심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계룡건설의 정보통신공사 시공능력평가액은 193억원으로, 입찰 추정금액(216억원)에 미달한다.

반면 조달청은 입찰공고문에 기재된 자격기준인 해당업종 '입찰금액'을 정보통신공사업 '추정금액'이 아닌 계룡건설이 입찰참가시 자체적으로 제시한 '도급금액'으로 낮춰서 적용했다.

이에 대해 익명의 조정위 관계자는 "정보통신공사 시공능력 평가 기준이 엄격하다보니 규모가 있는 공공시설사업의 경우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기업이 제한되는 결과가 야기된다"며 "보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게 문호를 여는 취지에서 사전심사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문제가 되는 정보통신공사 시공능력 평가방법은 그대로 두고 특정 기업의 입찰 자격에 영향을 줄 수 있게 예외를 인정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③국가계약분쟁조정위, 구성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조달청은 이번 조정 절차 진행 중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입찰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밝혔다. 조정결과에 따라 조달청 자체의 공신력은 물론이고 국가계약의 공정성 여부에 치명적인 흠결이 될 수 있다. 조정위의 결정이 반년 동안 지연된 이유다.

이 때문에 조정위의 인적구성 자체가 편파적 결정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위원 8명에 민간위원이 6명으로, 구조적으로 정부위원을 더 많이 배치했다. 전원합의가 안 돼 다수결 표결로 진행하게 되면 공무원들 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초유의 국가계약분쟁조정건으로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줄면서 건설사들은 공공 시설공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리한 수주전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면 결국 제살을 깎아먹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마다 조달청 내부 심의위원 출신을 영입해 입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혈안이었고, 실제 조달청 출신 인사를 영입한 곳들이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며 "업계 스스로의 자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달청이 최근 5년(2012~2016년)간 발주·심의한 기술형 입찰은 총 32건 3조4000억원 규모로 이 중 수주 상위 5개사가 모두 조달청 출신 인사를 영입한 업체다. 조달청 내부 심의위원 25명은 2~5년 이상 연임하며 평가를 주도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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