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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9>국가 이익에 보탬 되는 적폐 청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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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넌 적폐야.” 한 아이가 골목대장처럼 말하자 체구가 작은 아이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아이들이 적폐의 참 의미를 알까 싶어 물어 보니 “힘센 아이가 싫어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어른들의 적폐 논란이 아이에게 투영돼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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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완승으로 끝났다. 정부·여당 주도의 정국 안정과 경제 성장을 기대하는 국민의 염원이 표현된 선거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선거로 강력해진 정부의 적폐 청산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사법부·국가정보원·문화계 전반에 걸쳐 적폐 청산 소용돌이가 몰아쳤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방 적폐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깨끗이 씻어 낸다'는 의미의 적폐 청산은 새로운 시대 건설을 위해 필요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적폐 청산은 왜곡되기 쉬운 작업인 동시에 꾸준히 지속돼야 할 운동이다.

적폐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 보통 적폐는 그 시대의 권력자가 규정한다. 그러나 영원한 권력은 없기 때문에 국민과 역사의 잣대로 적폐가 규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이 정의하거나 동의하는 적폐만이 청산 대상이다. 당대 권력자 사견으로 정의된 적폐나 권력자를 사칭한 사이비성 적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계 대상이다. 그래서 적폐 청산은 돌다리를 두드리고 지나갈 정도로 주의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적폐 청산을 빌미로 사욕을 탐하는 무리는 엄단해야 한다. 권력이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정략 도구로 폄한 까닭에 퇴임한 대통령마다 법정에 서야 한 아픔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권력자가 범하기 쉬운 '내로남불식 적폐 청산'은 또 다른 적폐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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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은 투명해야 하며, 또 다른 적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CCTV를 설치하고 감시하는 것은 쓰레기가 있던 공간에는 또 다른 쓰레기가 쌓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이 청결 유지 환경에 제격이다. 생산되는 모든 문서를 블록체인 기술로 분산 처리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드러난 다수의 생각과 흐름을 우선하면 쓰레기 생산 가능성이 현저히 옅어진다. 정보시스템에 의존하면 자의 해석이 낳는 실수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다. 시스템은 항상 정직하기 때문이다.

청결해진 공간에 내 집을 지으려는 욕심은 또 다른 경계 대상이다. 권력이 겸손해야 하는 이유도 배가 부르면 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학생운동·민주화운동으로 헌신한 투사들도, 남을 위해 자신을 투자한 자원봉사자와 종교인들도 서서히 고개 드는 욕심에 밀려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권력자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 적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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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과 청결한 공간은 건강과 미래라는 국가 이익을 가져온다. 반대급부는 아픔이다.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적폐임을 확신해도 한 번쯤 눈을 감아 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새로운 기회를 주는 아량으로 화합의 문을 열 수 있다. 청결과 화합 사이에서 국가 이익을 저울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총질하고 최악의 적폐로 치부하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협력할 수 있다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적폐 청산이 감정풀이용 푸닥거리가 아니라 진지한 행진이기를 기대한다. 감정에 치우친 결정은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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