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부활하는 아프간 탈레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알카에다·IS와 다른 행보… 테러아닌 협상 통해 민심 얻어

아프가니스탄의 14% 차지

이슬람의 단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난 15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예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 펼쳐졌다. 이 나라 최대 무장 테러 조직인 탈레반 대원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정부군·경찰들과 포옹한 것이다. 탈레반이 이번 라마단 기간 중 휴전을 선언하자, 아프가니스탄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해 무기한 휴전을 선포하면서 벌어진 장면이었다. 와이스 바르마크 내무장관은 수도 카불에서 와르다크주 탈레반 지도자와 포옹하며 "우리는 모두 무슬림이자 형제"라고 했다.

탈레반은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함께 21세기 지구촌을 테러 공포로 몰아넣은 3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다. 그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규 정치 세력으로 부활하는 모습이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체의 14%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2011) 이후 존재감을 상실한 알카에다나, '자생 테러'에 기대고 있는 IS와는 확연히 비교된다.

탈레반은 라마단 휴전을 계기로 전리품도 듬뿍 챙겼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부상당한 탈레반 대원을 위한 의료 지원과 함께 감옥에 갇힌 대원 46명의 석방을 약속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과) 포괄적으로 평화 정착 방안을 논의할 것이며, 국제 주둔군의 향후 역할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외국군 철수'까지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부활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뭘까. 탈레반은 IS나 알카에다와는 다른 점이 있다. 탈레반의 기원은 1979년 소련 침공에 맞서 싸웠던 파슈툰족(아프가니스탄 최대 부족) 전사들이고, 목표도 다른 테러 단체처럼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창설'이 아닌 정권 획득이다. 실제 이들이 1996~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잡기도 했다.

이들은 2001년부터 시작된 미군의 공세를 아프가니스탄의 거친 산악 지형에서 버텨왔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내부 노선 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됐고, 테러가 아닌 협상을 통해서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온건파가 목소리를 얻었다. 이런 전략 수정에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일정 부분 호응하는 것이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탈레반은 무장 단체에서 레바논의 주축 정치 세력으로 변화한 헤즈볼라의 길을 걸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