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AI 스피커’ 중독 우려
동화 읽어주기 등 다양한 기능 포함
자녀 교육용으로 거부감 없이 사용
어린이 발달에 미칠 영향 규명 안 돼
사용시간 제한 등 보호장치 필요
미국 아마존 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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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로티 레저와 마크 브래드 부부는 “생후 18개월 아들이 처음 한 말이 엄마도 아빠도 아닌 ‘알렉사’였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알렉사는 미국 IT기업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의 AI 이름이다. 호출 신호로 “알렉사”를 외치면 알렉사가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수행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AI 스피커에 중독되는 것과 AI 스피커의 데이터 관리가 새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 스피커에 익숙한 어린이·청소년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4년 나온 에코는 현재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에코의 판매량은 2200만 대 이상이다. 알렉사가 할 수 있는 기능도 2016년 1000가지 남짓에서 지난해 말엔 쇼핑, 음악 재생, 우버 호출 등을 포함해 2만5000가지로 늘었다.
아마존은 최근 어린이용 AI 스피커 ‘에코 닷 키즈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스피커엔 어린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오디오북과 아마존뮤직 사용권, 부모가 쓰는 에코와 자녀의 에코 연결 기능 등이 포함됐다. 부모가 사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콘텐트를 제외하는 기능도 있다. 미국 내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미 의회와 소비자·인권보호단체들은 AI 스피커가 어린이들의 기술 의존도를 높이고 개인정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1일 미 상원의 공화당·민주당 의원들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어린이용 AI 스피커가 수집한 데이터는 어떻게 저장되는지, 제3자에게 데이터가 제공될 가능성은 없는지, 스피커가 수집한 자녀 데이터를 부모가 삭제할 권한이 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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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에선 AI 스피커 사용자의 데이터 보호나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부모들도 AI 스피커를 자녀 교육용으로 거부감 없이 쓰는 편이다.
국내 업체들은 AI 스피커 사용 내역과 같은 정보와 사용자의 음성 같은 바이오 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법에선 사용자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는 정도 외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현행 AI 스피커 비서들은 개인 식별 정보를 보관하다가 비식별 정보로 변환하는 기간이나, 사용자가 개인정보(비식별 포함)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기간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올 하반기 이후엔 개개인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들이 나올 예정이어서 사용자들이 약관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박용완 연세대 바른ICT 연구소 박사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은 눈짓과 표정·손짓 등이 필요한데 기계와의 대화엔 이런 소통이 없다”며 “음성기반 기기들이 수집하는 개인 데이터의 보호와 이 기기들이 어린이 발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장은 “유아들의 모바일 기기 과의존 위험이 최근 2~3년간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기업들의 관심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애플이 발표한 새 운영체제 iOS 12의 앱 사용시간 제한 기능(앱 리미츠)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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