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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연명의료 중단 필수조건` 윤리위 있는 요양병원 4%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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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의료계는 연명의료결정법 취지는 좋지만 실제 적용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임종기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본인이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거나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본인 결정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라면 이전에 환자가 밝힌 연명치료 중단 의사에 대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과 함께 담당 의사를 포함한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의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없는 응급실처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의사 2명과 가족 전원의 동의,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순용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 더 이상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판단하에 중단했을 경우,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환자나 환자 가족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되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이런 경우 보건복지부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응급 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적용에서 배제된다고 법에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대형병원을 제외한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병원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 및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원 내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복지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윤리위원회는 5명 이상 20명 이하 위원으로 구성하되 비의료인 2명과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닌 사람 1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소규모 병원에서는 이만큼의 인력을 동원해 윤리위윈회를 설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5월 말 현재 대학병원 42개, 종합병원 81개, 병원 6개, 요양병원 145개 등 의료기관이 윤리위원회를 등록한 상태로 대학병원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병원은 0.4%, 요양병원은 4.3%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8개 권역 공용윤리위원회를 지정·운영하며 윤리위원회 설치가 어려운 의료기관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하다.

환자단체는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 연명의료 결정 때 가족의 범위가 너무 넓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법률에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과 이들이 모두 없을 때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다"며 "저출산·핵가족화, 고령화 시대를 고려해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부모, 자녀로 하고 이들이 없을 때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전원의 동의를 받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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