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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보수,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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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6·13 지방선거 참패로 '야권발(發) 정계 개편'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개편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지도부 총사퇴→전당대회→새 지도부 선출' 등 전통적 해법으로는 '혁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 시나리오로는 '리모델링론'과 '재건축론'이 동시에 오르내리고 있다.

'리모델링'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크게 대두하는 가능성은 일단 좁게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당 대 당 통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태를 비판하며 탈당했던 세력을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단절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한국당이 전면적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물 재편이 필수적이다. 참패를 당한 상황에서 외부 인물 수혈이 쉽지 않은 만큼 그나마 '개혁적인' 바른미래당의 보수 세력을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이라며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전 대표나 오신환·이학재 의원 등은 개혁적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에 보수 재편 과정에서 국민의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전 대표는 지난 14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개혁보수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보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날까지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보수 재편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이 경우 보수 세력 간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계열은 자연스레 민주평화당이나 더불어민주당으로 빠져나가는 등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참신한 '새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리모델링'만으로 '환골탈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아예 한국당을 해산하고 당 외부로 외연을 확장해 '새 인물'을 수혈하자는 '재건축론'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참담하게 민심의 심판을 받은 정당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올 수 있느냐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새 인물이 없다는 게 우리 당의 고질적 문제다. 탄핵 이후에도 참신한 인물을 섭외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이인제 전 고문, 김태호 전 지사 등 지나간 인물밖에 내지 못한 것이 우리가 얼마나 새로운 인물이 없느냐의 방증"이라며 "보수 재편 과정에서만큼은 문재인정부의 실업률·일자리 문제 등을 지적할 수 있는 참신한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야 대안 세력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은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대표 후보군이 참신해야 하지만 현재는 '올드보이'만 남은 형국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김무성, 정우택, 심재철 의원 등 익히 들어본 인물만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가장 적은 표차로 진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와 '원조 개혁 세력'으로 꼽히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 등이 꼽힌다. 이 밖에 당 대표 출신 이완구 전 의원이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입당해 당 재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물밑에서 당 수습을 위한 비공개 논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5선 원유철 의원 등 한국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7일 오후 모처에서 모여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가 결국 취소했다. 한 중진 의원에 따르면 "아직 중진들 개인이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모이기만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당 수습 방안으로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한 가운데 비대위 구성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앞으로 혁신비대위를 구성해 당 일신과 변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한국당은 혁신비대위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과 내부에서 추대하는 방식 모두를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를 청년에서 찾아 비대위원장까지 추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나 실현 가능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김 권한대행은 비대위 영입 인사에 대해 "당 내부적인 참여도 열려 있고,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있다"며 "어떤 길로 가든 당을 혁신, 변화하고 쇄신하는 길로 정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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