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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무역전쟁도 모자라…트럼프, G6정상과 `막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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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잔인한 살인마" "멕시코 이민자들을 일본에 보내볼까" "모든 테러리스트는 파리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각국 정상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G1)과 나머지 6개국(G6)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불만을 품은 G6(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하며 '나홀로' 열세에 놓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이 쌓여 정상들을 상대로 시비를 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G6 정상들과 사이좋게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G7 간 균열을 보도했던 언론에 전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융커 위원장에게 "잔인한 살인마(brutal killer)"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EU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은 EU 본부가 구글·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반독점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융커 위원장을 향해 수차례 '잔인한 살인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반독점 기업에 대한 조사를 총괄하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 14일 독일 의회에서 '살인마'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데 대해 "그가 칭찬을 한 것 같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은 그와 절친하다고 알려진 동맹국 정상들도 피할 수 없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신조, (내가 만일) 멕시코 이민자를 일본에 보낸다면 당신은 바로 퇴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유럽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가 난민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갑자기 튀어나왔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친근하게 '신조'라고 부르며 "(일본에는)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내가 당신에게 멕시코인 2500만명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면 당신은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난민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 역시 불법 이민자를 두고 멕시코와 국경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현장에 있던 EU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참석자들은 모두 이성적이고 침착해지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이란과 테러리즘에 관한 토론 중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독설의 주인공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테러리스트가 파리에 있기 때문에 당신은 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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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 어떤 사진이 진실?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지난 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중 한 장면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탁자를 짚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넷째) 손 위에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올리고 있다. 두 정상은 미소를 짓고 있으며, 메르켈 총리 왼쪽에 있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두 정상의 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을 통해 지난 10일 공개된 사진(오른쪽 사진)이 G7이 갈라섰다고 주장하는 '언론의 거짓 보도'라고 비난했다. 이 사진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보고 있다. [자료 출처 =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독일 총리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당시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은 사진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G7의 균열'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보도된 이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팔짱을 끼고 앉아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테이블에 두 손을 짚고 심각한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아베 총리 역시 어두운 표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비슷한 장면이지만 각국 정상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언론이 '거짓 뉴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나는 메르켈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거짓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 분노를 암시하는 듯한 나쁜 사진들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마크롱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이에서 자신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G7 정상들이 난간에 나란히 서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들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이 내가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다른 리더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놓고 G6 정상들과 의견이 충돌했다. 당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줄이고,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이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내용이 담겼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반대하며 승인하지 않았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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