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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중앙銀 총재 바꿨는데…아르헨 페소화 또 사상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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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아르헨티나가 중앙은행 총재 교체에도 불구하고 페소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 수장이 교체된 지 하루 만인 1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장 초반 4% 이상 상승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결국 전일 대비 1%가량 하락한 달러당 28.26페소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하루 만에 통화가치가 6.58%가량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또 한 번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페소 가치는 이번주에만 11%, 연초 대비 34.4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르헨티나 메르발 주가지수도 한 주 만에 4.9%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르헨티나 10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은 사상 최고치인 9%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불거진 아르헨티나 통화위기는 기준금리 세 차례 인상과 국제통화기금(IMF) 500억달러 구제금융 합의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고 재무부와 재정부를 통합하는 등 초강수를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외환시장 전문 전략가 일리야 고프슈타인은 "페소 가치의 상승은 중앙은행 교체 카드가 일시적으로 통하며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회복된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며 "다른 모든 대책이 통하지 않았는데 이번 방법이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 총재 교체가 통화위기에 대한 대처를 좀 더 쉽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루이스 카푸토 전 재무부 장관을 신임 총재로 앉힌 것 자체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MF는 구제금융 합의 조건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 거래인은 "카푸토가 아직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시장은 벌써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닐 시어링 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카푸토 신임 총재가 취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전략은 수 주 내에 금리를 다시 한 번 올리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는 시장에 중앙은행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움직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어링 애널리스트는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더욱 극심하게 떨어진 것을 언급하며 "추가로 10%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01년 디폴트를 재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MSCI 신흥국지수는 1113.76을 기록했는데, 이는 불과 3일 만에 2.4%가량 하락한 것이다. 인도 루피 가치도 전일 대비 0.57% 하락했고 터키 리라도 달러당 4.73리라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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