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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fn 이사람] 공무원 임명장 작성 김동훈 인사혁신처 주무관 "어릴적 배운 서예, 이렇게 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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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있쟎아요. 글씨에는 그 사람 개성이 드러나 있는데 이를 배제하고 쓰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컴퓨터 등 인쇄기술 발달로 공무원 임명장도 대부분 인쇄를 해서 수여하고 있지만 5급 이상 국가직의 임명장은 붓글씨로 작성한다. 5급 이상 공직자의 임명장은 연간 8000장 정도 작성되는데 이 임명장 작성을 전담하는 사람은 단 두명이다. 인사혁신처 심사임용과 김동훈 주무관(40·사진)이 그 주인공으로 10년째 한 자리에서 이 일을 하고있다.

김 주무관은 "하루에 30장 정도의 임명장을 써야하는 셈인데 인사시즌이면 손이 더욱 바빠진다"라며 "모든 임명장의 글씨가 똑같아야 하니까 이 일을 먼저하고 계시던 사무관 선배의 필체를 따라 쓰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하는 등 처음에는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서예는 세로 글씨를 많이 쓰는데 임명장은 가로쓰기라서 글씨 자간, 장평 등을 맞추는 걸 마음속으로 생각해서 써야하지만 숙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서예과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석사까지 딴 인재다. 귀국해 후학을 양성하려는 꿈이 있었지만 서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다른 길을 찾게 됐다. 실제 국내 서예전공이 있는 학교는 그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만 해도 원광대, 계명대, 대구예술대, 대전대, 경기대 등 다섯군데였지만 중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니 대전대와 경기대, 두군데만 남아있었다.

처음 시작은 어린 시절 개구쟁이였던 김 주무관이 집중력을 키워보기 위해 서예학원이 유행하던 시기에 어머니를 졸라 다니게 됐다가 뜻밖에 재능을 보여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게 됐고 대학교 진학까지 이어지게 됐다.

중국 유학시절에는 '전각'이라는 인장 새기는 예술에 심취했었다. 추가적으로 동양화 공부도 했다. 아직도 작품활동에 대한 꿈이 있다.

김 주무관은 "업무가 계속되다 보니 작품활동은 많이 못하고 있다"라며 "작품활동에는 개성이 많이 드러나 있어야 하는데 업무를 수행하면서 체화된 규격화된 게 나오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평생 작품활동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규격화된 부분을 다시 고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노력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주무관은 "업무하면서 볼링동호회 총무를 맡는 등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제 업무 자체가 각 부처 인사운영이 원할하게 진행되게 도와주는 입장인데 그 부분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추서임명장을 썼을 때예요. 돌아가신 분들이 공이 있을 때 한두 계급 특진해서 추서임명장을 가족들이 받게 됩니다. 부처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해드리는 건데 그런 일을 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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