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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뮤지컬 리뷰]`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정서와 공명하는 밀리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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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뮤지컬 가운데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긴 작품은 모두 여섯 작품이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인 정서와 가장 맞는 작품을 고른다면 단연코 '노트르담 드 파리'다. 지고지순한 사랑과 뒤틀린 욕망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마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세 남자가 경쟁하는 장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다르다. 서사는 다소 진부해도 음악과 안무가 뛰어나면 단점이 쉽게 묻히곤 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바로 그런 뮤지컬이다. 한국어 공연 10주년을 맞은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8일 개막했다. 다소 통속적인 소재지만, 이 작품의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서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배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원작 뮤지컬은 프랑스에서 1998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오케스트라 대신 팝음악을 과감히 도입하고 화려한 무대 대신 배우들의 안무로 볼거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8년 한국어 공연을 처음 무대에 올렸는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여러모로 원작의 수준이 높은 데다 한국어 전환이 매끄러워 10년 동안 꾸준히 뮤지컬 팬의 사랑을 받았다. 절제된 무대 연출은 배우에 대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올해 공연의 특징은 그만큼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배우 차지연을 처음으로 에스메랄다에 캐스팅하긴 했지만, 상당수는 기존 배우들이다. 아무래도 오래 작품을 해 본 배우들은 극의 흐름에 이해도가 높다. 그만큼 올해 한국어 10주년 공연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름에 손색이 없다. 마치 비보이 공연을 보는 듯한 안무와 주인공 배우들의 아름다운 노래는 명불허전이다.

다만 공연 초반 다소 소리가 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아쉽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3000석이 들어갈 만큼 공간이 지나치게 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올해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은 기존의 명성에 흠집을 내지는 않을 듯하다. 배우들의 노래가 작품의 감정 흐름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열등감과 질투심, 그럼에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콰지모도라는 캐릭터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에 부드럽게 공명한다. 공연이 끝나고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뮤지컬은 사실 흔치 않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마치 유명 팝 가수의 콘서트를 본 느낌을 준다. 8월 5일까지.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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