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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지방 판사 1명이 월 200∼300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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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법원 인력부족 호소.. 판사 늘리고 전문성 키워야
한 지역에 장기 근무하는 권역법관제도 도입도 거론


"사건마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판사 1명당 매달 수백건을 처리해야 해 어려움을 겪어요"(경상권 법원 A판사)

"과도한 재판 업무로 인한 집중력 저하는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겁니다"(지방법원 관할 한 지원 B판사)

지방 소도시에서 근무하는 판사들이 인력 부족으로 과도한 양의 재판 업무를 떠맡으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판사 업무 과중으로 재판 부실로 이어져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력 확충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방 근무 판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권역법관제도' 도입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권역법관제도는 판사들이 전국 법원을 돌며 순환 근무를 하지 않고 지방 관할 법원 중 한 곳에 부임, 퇴임할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재판 질 떨어지면 결국 국민에 피해"

17일 일선 판사들에 따르면 지방법원 판사들은 매달 적게는 200여건, 많게는 300건 이상 사건을 처리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방법원 관할 지원들은 판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의성 지원 판사는 3명, 상주 지원 5명, 김천 지원 13명, 포항 지원 11명, 경주 지원 7명, 안동 지원 6명 등이다.

소속부의 사건만 다루는 서울 및 수도권 법원 배석판사들과 달리 지방 및 지원의 배석판사들은 합의부 및 형사 단독, 민사 가사 신청, 시·군 법원 등 사건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판사 1명이 매달 수백건의 재판을 하고 관련 판결문을 작성하게 되면 선고가 늦어지거나 집중력 저하로 인한 재판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방법원 판사들은 토로했다.

지방의 한 지원에 근무 중인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 배석판사는 민사합의부 사건만 다루고 판결문을 쓰면 되지만 지방 판사들은 부수적인 사건들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며 "1건당 최소 수백에서 최대 수천 페이지인 기록을 반나절 내에 내용 및 법리 모두 파악해서 합의하고 이후 한 글자씩 공들여서 판결문 1건을 쓰려면 만 하루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사건들을 짧은 시간 내에 이해하고 판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지방법원의 판사도 "서울중앙지법 등 서울지역 판사들보다 지방법원 판사들의 업무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소규모 법원 판사들의 근무환경이 최악인 것은 판사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근무환경 개선 '권역법권제도' 거론

현재 다수의 지방법원 판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실상 향판(지역 법관) 제도인 권역법권제도를 거론하고 있다. 판사 수를 늘려 지방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면 잦은 인사이동에 대한 판사들의 불만을 없애고 재판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전국 판사들의 논의기구인 전국법관회의는 권역법관제도를 추진하는 내용의 의안을 의결, 대법원에 제시한 바 있다. 전국법관회의 소속의 한 판사는 "지방법원 판사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며 "권역법관제도 등을 통해 지방 법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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