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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도로에 버려져야 할 동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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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동물사랑학교

귀여워서 데려왔다가 귀찮아서 버린다?

동물을 키우기 위한 자격, 점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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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물건을 버리듯 상자에 담아 버릴 수 있는 존재 또한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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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여워.”

며칠 전부터 애견숍의 유리문 앞을 서성대며 나를 쳐다보던 다현이가 마침내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왔다. 다현이는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얼굴을 비벼댔다. 그러더니 애견숍 주인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이 강아지 조금 싸게 파시면 안 돼요? 제가 용돈을 다 모아왔는데… 그런데 이게 전부예요. 제발요, 잘 키울게요.”

“그래? 어디 보자.”

다현이 손에 쥔 돈을 살펴본 주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론 부족한데, 이 강아지는 순종 강아지란 말이야. 네가 가진 돈보다 훨씬 더 비싸단다.”

“아주머니! 제발요! 네?”

다현이가 칭얼대듯 졸랐다.

“흠, 녀석! 그래, 알았다. 네가 강아지를 꽤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특별히 허락할게. 하지만 절대로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알았지?”

나는 다현의 품에 안겨가는 내내 새 주인이 된 다현의 따뜻한 심장 소리를 들었다. 고운 손길도 반가웠다. 애견숍 유리벽에 갇혀 내내 살아 아야 하나 싶었는데, 가족이 생기다니 정말 기뻤다. 그래서인지 다현의 심장만큼이나 내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다현이는 부랴부랴 나를 가방 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까치발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나는 깜짝 놀라 마구 짖어댔다.

“멍멍! 답답해요. 꺼내 줘요!”

그러자 잠시 후, 다현이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뭐야? 강아지잖니!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기를 수 없다는 거 몰라? 다현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엄마에겐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잖니. 안돼! 에잇취!“

또 다른 손이 나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때 다현이가 매달리듯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길에 버려져서 죽어가고 있었어요. 내가 데려와야만 했어요.”

어라? 다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짓말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엄마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럼 일단 주인을 찾을 때까지 며칠만 데리고 있자꾸나. 이후로는 다른 데 보내야 해 알겠지?”

다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배고프지? 밥 줄게 어서 먹어.”

다현이가 마트에서 사 온 사료와 물을 먹고 나니, 나는 금세 오줌이 마려웠다. 오줌 자리를 찾으려고 애써 봐도 방바닥뿐이라서 어찌할지 몰라 빙빙 돌았다. 그러다 구석에 있는 지저분한 담요가 보였다. 나는 얼른 그곳에 오줌을 쌌다. 그런데 그때 다현이가 달려왔다.

“악, 안돼! 그건 내가 아끼는 거란 말이야!” 다현이가 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나는 눈물이 찔끔 났다.

어휴! 그럼 오줌을 도대체 어디에 싸라는 거야?’ 알 수가 없었다. 이 자리다 싶어서 여기에 싸면 혼나고 저 자리에 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가능한 배변을 계속 참아 봤다. 하지만,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다현이 침대에 똥을 싸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다현이의 가족들에게까지 알려지고 말았다.

“저렇게 똥오줌도 못 가리는 강아지 빨리 내다 버려!!” 다현이 아빠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러더니 다현이 엄마는 주인을 못 찾겠다며 보호소에다 나를 버리겠다고 했다. 다현이는 엄마·아빠에게 졸라댔다. 동생이 없어 외롭고 심심하다면서 서럽게 울었다. 다현이가 그렇게 울자 엄마·아빠는 마음이 약해져서 결국 나를 키우는 걸 허락했다.

하지만 나는 곧 베란다에 갇히고 말았다. 베란다는 밤엔 춥고 낮엔 더웠다. 나는 베란다 구석 조그만 집에 들어가 웅크리고 지냈다. 다행히 배변은 아무 데나 해도 뭐라고 혼나진 않았다. 다현이는 두어달 동안은 매일매일 나에게 와서 놀아주었다. 다현이 아빠는 바빠서 먹이와 물만 주고 가곤 했다. 수개월이 지나자 나는 점점 자라 털도 거칠어지고 몸도 꽤 커졌다. 내가 다현이에게 좋다고 달려들면, 다현이는 날 부담스러워했다. 새로 산 예쁜 옷에 털갈이 털이 묻는다며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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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도 이름표도 없는 나이 든 개가 길가에 앉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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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다현이도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 어릴 때는 종종 데리고 나가던 공원에도 나가지 않았다. 베란다 생활은 답답하고 지루했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맞으며 달리고 싶었다. ‘마음껏 달려봤으면…’ 그런 마음에 나는 이따금 베란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짖었다. 그런데 그런 심정도 모르고 내가 짖으면 다현이네 식구들은 번갈아 나에게로 와서 소리치곤 했다. “그만해! 멈춰! 이러다 아파트에서 쫓겨나겠어!” 하지만 그렇게라도 다가오는 식구들이 좋아서 나는 더 짖었다. “멍멍! 멍멍! 멍멍!”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현이가 학교에 가고 없을 때, 어느 날 다현이 아빠가 갑자기 목줄을 들고 내 목을 묶었다. 나는 공원에 데려가 주는 줄 알고 신나서 뛰었다. 다현이 아빠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무도 데려가 키우겠다는 사람도 없고 이렇게 할 수밖에….”

다현이 아빠는 나를 차에 태우고는 달렸다.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만 했다. 그런데 얼마를 달렸을까? 아저씨는 도롯가에 차를 세우더니 근처 나무에 나를 묶었다. “잠시 기다려! 다현이 데리고 올게. 얌전히 있어!”

‘멍멍! 걱정 마세요! 잘 기다릴게요!’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답했다.

하지만 다현이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현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해가 저물었고, 하루가 지났다. 이틀이 금세 지나갔고, 며칠이 흘렀다. 그런 뒤에도 다현이와 다현이 아빠는 찾아오지 않았다.

빵! 빵빵! 나는 차들이 쌩쌩 지나치는 도롯가에 수개월째 묶여 있었다. 그런 채로 다현이를 기다렸다. 이제는 더는 버틸 힘도 없었다. 아저씨가 정말 나를 데리러 올까?

그런데 어느 쯤이었을까? 저기 어디선가 누군가 뛰어오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누구일까? 내가 굶어 죽을까 하여 가끔 먹이를 주던 사람들, 그들인가? 아니야! 다현이야! 그래 올 줄 알았어!’ 나는 목줄을 물어 뜯었다. 낡은 목줄은 금방 풀려버렸다. 나는 달려나갔다. 그 순간 자동차가 내 앞으로 달려들었다.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당신

똥오줌을 가리지 못한다고 , 시끄럽게 짖어서 , 사람을 물어서 , 질병에 걸려서 , 사룟값이 많이 드니까 , 이제 커 더는 귀엽지 않아서 , 순종인 줄 알고 샀는데 잡종이라서 , 가족이 싫어해서 , 알레르기가 있어서 등등 동물이 버려져야 하는 이유는 많고도 많습니다 .

하지만 , 배변훈련을 시킬 줄 몰라서 , 개에게 산책을 시켜주지 못하거나 적절한 행동훈련을 시켜주지 못해서 , 경제적인 여유를 미리 확인해보지 못해서 , 가족과 합의 없이 데려가서 , 결국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몰라서 즉 ,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가 안 된 ‘사람의 잘못’이 진짜 이유일 것입니다 .

입양 전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

? 반려동물을 맞이할 환경적 준비, 마음의 각오는 되어 있습니까?

? 개, 고양이는 10~15년 이상 삽니다. 결혼, 임신, 유학, 이사 등으로 가정환경이 바뀌어도 한번 인연을 맺은 동물은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까?

? 모든 가족과 합의는 되어 있습니까?

? 반려동물을 기른 경험은? 내 동물을 위해 공부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해주고, 중성화수술(불임수술)을 실천할 생각입니까?

? 입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의사와 능력이 있습니까?

? 우리 집에서 키우는 다른 동물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농림수산검역본부 반려동물 입양안내 참고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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