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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높은 분 딸인줄 알고 뽑았는데... 어! 아니네?"... 은행 채용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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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은행 채용비리 수사 8개월… 38명 재판에
청탁 받으면 ‘명부’ 만들어 꼼꼼하게 관리
男女 비율 맞추려고 무더기로 점수 조작도

'성차별·학력차별에 각종 청탁·로비까지…'

검찰 수사로 밝혀진 시중은행 채용비리 백태다. '청탁 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관리한 은행도 있었고,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설정한 은행도 있었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자격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드러났다.

조선일보

대검찰청.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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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 등 전국 6대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해 8개월간 수사 끝에 1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총 3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양벌규정에 의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법인도 기소됐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이 성세환(65) 전 회장 등 1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대구은행 8명 △하나은행 6명(법인제외) △우리은행 6명 △국민은행 4명(법인 제외) △광주은행 4명 등이다.

검찰은 채용비리 행태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은행 인사부서가 채용비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 내·외부를 따지지 않는 청탁 행태, 성·학력 차별 채용, 시(市)금고 유치 등 로비 명목 채용 등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은 추천이 있는 경우 별도로 명부를 만들어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키거나 필기·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이 된 경우 점수를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청탁 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공고 당시 없었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한 경우도 있었다. 이를 통해 하위권 지원자 2명이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채용 과정에서 성별을 따지거나 학벌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정해놓고 성별에 따라 별도의 합격선을 적용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여성합격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올리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춰 당락을 바꿨다.

하나은행은 실무 면접에서 합격권에 든 특정학교 출신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명문대 출신을 합격시켰다. 2013년과 2016년, 두 번의 채용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임원의 자녀인 줄 알고 엉뚱한 사람을 채용시키려고 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 A씨는 부행장의 딸과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응시자를 발견한 뒤 부행장의 딸인줄 알고 논술점수를 조작해 필기전형에서 합격시켰다. 별도로 부탁이나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챙긴 것이다. 면접 과정에서 A씨는 이 응시자가 부행장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탈락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 채용비리 문화가 고착화돼 있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은행은 시·도(道) 금고 유치를 위해 채용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1조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딸에 대해 채용 청탁을 하자 단계별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러고도 합격권에 못 들자 선발 예정 인원을 증원했고, 임원 면접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합격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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