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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동료가 내 자소서 읽고 면접…” 영어샘은 4년마다 ‘중고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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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 ⑩ 영어회화 전문 강사

채용땐 ‘정년 보장’ 교육공무원법 준용 명시

교육청이 뽑아놓고 계약은 학교장과 하도록

1년씩 연장 최대 4번…신규채용 다시 거쳐

정년 아무 소용없는 ‘도로 1년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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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단지 학습하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다.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에 남은 아이들을 돌보고, 여러 예술·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하고 혹시 마음이 다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모두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지만 교사가 이 모든 것을 담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학교는 이들을 강사로, 돌봄전담사로, 상담사로, 영양사로, 조리원으로 다루고 세상은 이들을 ‘아줌마’로 부르기도 한다.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보람과 학교라는 시스템 속에서 받는 차별 사이에 이들의 삶이 놓여 있다.

<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의 실제와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주려 현장 취재 내용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했다. <한겨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기획으로 이철 작가가 본 학교 현장을 매주 한 차례씩 모두 10회에 걸쳐 싣는다.



“I’ll keep my fingers crossed for you. 오늘 선생님이 준비한 표현이에요.”

최시연(가명)씨는 검지와 중지를 꼰 뒤 학생들에게 내밀어 보였다. 행운을 빈다는 뜻의 관용 표현이었다. 흥미를 느낀 아이 몇 명이 손가락을 꼬아 시연씨에게 보여줬다. 친구들에게 손가락을 꼬아 보이며 “포 유”(for you)를 연달아 외치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제 손가락을 꼬았다.

그는 교실 모니터에 다른 표현을 띄웠다. Break a leg! I know you can do it. 뜻을 그대로 옮겨 해석하면 ‘다리를 부러뜨려. 난 네가 할 수 있을 거란 걸 알아.’ 정도의 무시무시한 표현이었다. 장난기 넘치는 아이들은 벌써 ‘브레이크 어 레그’를 따라 읽으며 짝꿍의 다리로 손을 뻗었다.

“Break a leg. 이것도 행운을 빈다는 뜻의 관용 표현이에요. 그러니까 친구의 다리를 부러뜨리면 안 돼요. 이렇게 손가락을 꼬면서 ‘브레이크 어 레그’라고 말하는 거예요. 친구에게 큰 행운이 깃들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에요. 자, 다 같이 따라해 봐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면서, 브레이크 어 레그!”

떠들썩한 교실은 금세 활기로 가득 찼다. 시연씨는 흥미로운 관용 표현을 제시하면서 수업을 연다. 학생이 영어와 친밀해지는 좋은 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영어수업은 말을 배우는 시간이니 학생이 말을 내뱉을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는 학생의 관심을 붙잡아 본수업으로 이어갔다. 교실 앞에 놓인 교사용 의자로 다가가 그것을 가리키며 학생들에게 물었다. Can I sit here? 그의 영어 발음은 부드러웠다. 이날 수업은 상대방에게 허락을 구할 때 사용하는 표현, Can I OOOOO?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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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MB정권 ‘오륀지’ 영어회화 교육 급조
전문강사 1350명 고용, 4년 뒤 526명 해고
인권위, 불합리한 고용 개선 촉구했지만
교육청은 지난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빼


그는 올해 5학년과 6학년의 영어수업을 맡았다. 8시30분에 출근해서 하루 일정을 점검한 뒤 9시10분부터 첫 교시를 시작한다. 4교시까지 수업하는 날이 나흘, 5교시까지 수업하는 날은 하루, 이렇게 일주일에 21시수를 맡는다. 한 단원을 마칠 때마다 간단하게 학생들을 평가한다. 평가는 수업과 연계한 과정 중심으로 진행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NEIS)에 영어와 관련한 학생 기록을 기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동료 교사들처럼 수업권과 학생 평가권을 갖고 일을 한다. 점심 시간엔 다른 교사와 함께 학교 일과 세상 돌아가는 일을 놓고 가볍게 수다를 떤다. 수업을 마친 오후에는 주로 수업 준비에 시간을 쓰는데, 회의가 있거나 교사 연수가 준비돼 있으면 동료 교사와 함께 참석한다. 하지만 그는 교사가 아니다. 해마다 1년씩 계약을 연장하는 비정규직 강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대 4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계약을 갱신하다가 4년이 지나면 퇴직금을 받는다.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면 다시 신규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연씨는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영어회화 전문 강사다. 올해로 9년째 같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영어회화 전문 강사라고 하는데, 10년 전 정부가 ‘영어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자리예요. 이 정책으로 초등학교는 영어수업 시수를 늘렸어요. 중·고등학교는 수준별로 나눠서서 영어수업을 하게 됐는데, n+1이라고 두 개 반을 묶어서 수준에 따라 세 개 반으로 다시 쪼개어 진행해요. 그러니까 영어교사가 부족하게 된 거죠. 처음부터 교사의 역할로 뽑은 자리였어요.”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영어교육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하니까 못 알아듣더라, ‘오륀지’라고 해야 알아듣더라’라는 당시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수위는 초·중·고에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전문 강사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부터 4년간 2만3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인수위는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약 1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사 규모는 2009년 9월 1350명이었다가 2013년에는 6100명까지 늘어난다. 불안정한 고용 조건 탓에 2018년에는 2800명가량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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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에서 열린 영어 페스티벌에서 아이들이 영어카드를 들고 놀이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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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숙씨는 교육부가 더 이상 이 제도를 이어갈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영어회화 전문 강사 직종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숙씨 또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영어회화 전문 강사다. 올해로 9년째다. 시행 첫해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채용공고를 냈어요. 계약직이란 건 알았지만 정년을 공무원에 준해서 보장해준다고 했어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하는 거니까 굉장히 신뢰가 간다 싶었어요. 저뿐만이 아니었어요. 이 일을 선택한 분들 대부분은 정년을 보장해준다니까 시작했을 거예요. 잘나가는 기업에 다니던 분도 관두고 시험을 본 거예요.”

2009년 각 시도교육청은 영어회화 전문 강사 선발계획을 공고했다. 인숙씨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공고한 내용을 보고 선발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공고에는 영어회화 전문 강사의 정년을 ‘교육공무원법’ 제47조에 준용한다고 명시했다. 교육공무원법 제47조에 의하면 교육공무원의 정년은 62세까지다.

들어올 땐 교육청 시험 봤지만
재계약 땐 동료 교사가 면접관
방학 여름·겨울 더해도 총 20일
그래도 아이들과 보충수업 꾸린다
‘가르치는 사람’으로 대해주는 존재
학교 안에선 학생들밖에 없으니까


“우리가 임용시험도 안 보고 교사 시켜달라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의 목적은 교원이 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원하는 건 무기계약직이 되는 거예요. 저희는 교사 정원과 상관이 없어요. 플러스알파예요. 저희는 교원 외의 인력이기 때문에 그냥 더 있는 거예요. 저희가 있으면 그 학교 선생님들은 22시수 해야 하는 걸 20시수만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인숙씨는 2009년 7월 시험을 치렀다. 1차 시험은 서류심사였다. 2차 시험은 교수 학습지도안을 작성하고 수업을 실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영어로 진행되는 심층면접이었다. 시험에 합격한 그는 자신이 계약직임을 알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일하니 내심 교사와 같은 처우를 기대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날부터 무너졌다. 교육청은 시험을 주관하고 자신을 선발했지만, 계약은 학교장과 맺으라고 했다.

초등학교는 학급담임제를 큰 틀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고학년이 될수록 배울 것이 많아지니 고학년을 맡은 담임교사는 수업이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학년 담임교사는 1, 2학년 담임교사보다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걸 보완하기 위해 교과전담제가 시행됐다. 1991년부터다. 고학년 담임교사의 업무를 줄이고, 주요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초등학교는 보통 담임선생님하고 모든 과목을 공부하잖아요. 그런데 보통 3학년이 되면 교과전담 교사라고 해서 담임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을 학생이 만나게 돼요. 음악, 미술, 체육 같은 과목이나 영어를 교과전담 교사가 맡아요. 그러니까 영어를 전담하는 교사가 있는 거예요. 그럼 그분하고 저희하고는 하는 일이 같은 거죠.”

영어를 전담하는 교사는 2009년도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영어교육을 강조하면서 일이 늘었다.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영어교사만으로는 늘어난 시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일할 사람을 구했다. 제도 시행 첫해에는 초등학교 2급 정교사 이상 교원자격증 소지자, 중등학교 영어 2급 정교사 이상 교원자격증 소지자, 테솔(TESOL) 등 영어교육 과정의 석사학위 소지자, 영어 관련 학과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등을 응시자격으로 삼았다. 다음해 일할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해지자 정부는 토익점수와 대학 학사학위만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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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에서 열린 영어회화 강사의 공개수업을 여러 교사들이 참여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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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교사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니까 교사들이 처음엔 저희를 경계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전환 심사에서도 제외되니까 안쓰러워 하시는 거 같아요. 저희도 젊었을 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따로 교육대학원도 다녔어요. 그렇게 교사자격증까지 갖춘 분들이 80% 이상 돼요. 좀 더 좋은 수업을 만들려고 애를 쓴 거예요. 매년 재계약을 하면서 이 일을 한 지 8년이 넘었어요.”

이들 또한 다른 모든 사람처럼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야만 한다. 노동은 내년을, 그리고 후년을, 그리고 그다음 해를 계획할 수 있는 바탕이 돼야 한다.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교사 임용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영어회화 전문 강사를 전환 대상에서 탈락시켰다. 전환 심의위는 학교 내 여러 노동이 각각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 파악해서, 그것의 고용 형식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나 일방적이고 감정적이었다.

당시 잘못된 제도를 시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둘러 영어교육을 확대한 게 문제라고, 급하게 정권의 치적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시간을 들여 영어교육을 담당할 교원을 양성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8년 넘게 한 자리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버텨내며 일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이런저런 문제를 지적하는 건 너무나 공허하다. 이들을 정부 정책의 희생자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시간 이 일을 근거 삼아 삶을 꾸려왔다. 이들이 꾸려온 삶의 무게가 가벼웠을까? 희생자 운운하는 말을 내뱉는 입은 무책임하다.

계약기간 안에만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고충
“4월에 출산했어요, 2월까지 휴직 가능하지만
재계약 들어가는 12월…눈치가 보이는 거예요
교사 시켜달라? 아뇨, 우리 바람은 무기계약직”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영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았어요. 프라이드가 높다고 하죠.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열등한 존재인가 싶을 때가 많았어요. 특히 4년마다 신규 채용절차를 밟을 땐 말할 수가 없어요. 처음 들어올 땐 교육청에서 시험을 봤지만, 4년이 지난 뒤 신규 채용 땐 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해요. 어제까지 동료였던 교사가 오늘 심사위원으로, 면접관으로 제 앞에 앉아 있는 거예요. 제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동료 교사가 읽고 질문하고 그러는 거죠.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에요.”

박가영(가명)씨는 올해 해고를 당했다. 2009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4년을 근무하고, 신규 채용절차를 다시 밟았다. 여느 때처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2014년부터 2018년 2월까지 다시 4년을 근무하고 또다시 신규채용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때 그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함께 일한 동료와 관리자가 그를 학교에서 더는 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그저 여러 지원자 중 다른 사람을 채용했을 뿐이라고 여길 것이지만, 가영씨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부당해고에 맞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영어회화 전문 강사는 방학이 되면 영어캠프를 맡는다. 캠프 운영기간은 학교마다 다르다. 짧게는 3일간, 길게는 3주간까지 진행한다. 이들의 방학 기간은 여름과 겨울을 합쳐 총 20일이다. 이 외 기간에는 학교에 나와야 한다. 쉬려면 연가를 써야 한다. 방학 직전 학교 교사들은 방중 근무계획서를 작성하고, 이것을 취합해 공지를 띄운다. 영어회화 전문 강사라는 직종에 대해 잘 모르는 교사는 방중에 왜 이렇게 근무를 많이 하냐며 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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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수당은 없고요. 연봉을 12개월로 나눠서 받아요. 1년 차나 9년 차나 받는 게 똑같아요. 급식비도 못 받았었는데 요즘 급식비를 지원하는 지역이 생겨나고 있어요. 저희 고충 중의 하나는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쓴다는 거예요. 육아휴직은 계약기간 안에만 쓸 수 있는데, 저희가 계약기간이 1년밖에 안 되잖아요. 아기를 4월에 낳았어요, 그럼 원칙상으로는 2월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재계약이 12월부터 들어가거든요. 서류 작업이 말이에요. 그럼 눈치가 보이는 거예요. 교사나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이 임신했을 때부터 3개월 휴가받고 육아휴직 2년 다 쓰고 돌아오는 걸 보면 부럽죠. 보기 좋다는 뜻이에요.”

2009년에 고용된 1350명 영어회화 전문 강사 중 526명이 해고됐다. 2009년으로부터 4년이 지난 2013년의 일이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들 직종이 처한 고용불안과 불합리한 고용구조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다시 4년이 지난 2017년 인권위는 다시 대량해고 사태를 우려하며 이들의 고용안정을 촉구했다. 이해 교육부는 이들 직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6년에 해고된 전문 강사 중에 몇 명이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했다. 그들은 지금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4년 기간을 일한 사람을 해고한 건 무효라고 판결해 이겼다. 지노위, 중노위는 기간제법에 따라 4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이들이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는 이들을 1년씩 계약하게 하고, 그것도 4년을 초과해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보다 기간제법이 상위법이다.

“제가 박쥐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저는 소속이 4학년으로 돼 있어요. 교사처럼 가르치는 일을 하니까 소속이 그런 거예요. 회의도 같이 해요. 그런데 이번에 교사들 성과급이 나왔단 말이에요. 교사들이 성과급 얘기할 때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속감 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란 걸 분명하게 알게 되는 거예요.”

인숙씨는 영어가 부족한 아이를 따로 불러 모은다. 5학년 때부터 영어를 포기하는 아이가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5학년이면 고작 12살이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이때부터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한계를 긋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스스로 무력함을 직면하기도 한다. 그는 방과후에 이런 아이들을 모아 보충 수업을 진행한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학습은 부모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날 공부한 내용을 학부모에게 알린다. 아이가 애를 쓰고 부모가 관심을 가지면, 아이의 영어 실력이 느는 걸 볼 수 있다. 그나마 자신을 교사로 대해주는 존재가 학생뿐이라고 말한다. 인숙씨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좋다. <끝>

이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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