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여성은 성적도구가 아니에요"…위험수위 도달한 몰카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몰카범죄 증가 추세…지난해 6470건 발생

초소형 등 장비 발전하면서 수법 교묘해져

인터넷·SNS 통해서 영상 삽시간에 확산돼

불법촬영물 100% 삭제되지 않아…고통 심각

미온적인 몰카범죄 수사·약한처벌 여성 분노

정부, 몰카범죄와 전쟁 선포…끝까지 추적·처벌

뉴시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를 통해 모인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수사당국이 불법 촬영사건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성차별 수사를 하고 있다 사법불평등과 편파 수사를 규탄하고 몰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2018.05.19.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언제 어디서 찍힐지 모른다."

여성들이 몰래카메라(몰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집을 나선 그 순간부터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나의 무방비한 모습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촬영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오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몰카 범죄는 증가 추세다. 경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5185건, 지난해에는 6470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몰카 범죄의 경우 장비가 발전하면서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몰카 촬영에는 주로 초소형 카메라나 위장 카메라 등의 영상촬영기기나 휴대전화 등이 사용되고 있다. 작은 사이즈는 가로, 세로 각각 0.95㎝짜리 몰카 장비도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안경, 시계, 신발, 볼펜 등 생활용품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는 원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몰카 영상은 대개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거나 연인과 성관계 시 상대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큰 이유다.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찍힌 영상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 후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피해자들은 '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가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촬영물이 100% 삭제되지는 않고 있다.

한 번이라도 유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여성으로써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 언제 또다시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보고 인터넷 상에서 퍼나르고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일상생활 조차 파괴한다. 몰카범죄가 피해 여성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인격살인' 으로 불리는 데 어색하지 않다.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불법촬영과 성차별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불법 촬영이 완전히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기관이 나서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8.06.15. mangusta@newsis.com


여성들도 목소리를 냈다. 최근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에 이어 두번째다. 주최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가해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이화로터리까지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지난달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되고 포토라인까지 선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며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와 약한 처벌이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든 셈이다. 몰카 범죄는 혐의가 인정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달랐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 많았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불법촬영 범죄로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징역형 같은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8.7%(457명)에 그쳤다. 55.1%(2911명)는 벌금형 같은 재산형, 8.7%(457명)는 집행유예, 5.5%(290명)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정부도 몰카범죄와 전쟁을 선포했다. 행정안전부(행안부)·여성가족부(여가부)·교육부·법무부·경찰청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불법촬영 범죄 근절 특별 담화문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별재원 50억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하는 한편 범죄우려가 높은 지역의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하고 민간건물의 화장실까지도 점검을 확대한다.

뉴시스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경찰관들이 29일 다중이용시설에서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2018.05.29. (사진=청주흥덕경찰서 제공) photo@newsis.com


초중고에서는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별로 탐지장비를 보급하고 예방교육을 강화한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불법촬영과 유포와 같은 범죄행위를 신속하게 수사해 피해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범죄자를 단호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물통형·단추형 카메라 등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용 불법영상 실시간 차단기술 개발 ▲미국·일본 등과 양자 사법공조회의 개최 ▲해외사이트에 불법 영상물 유포 자 끝까지 추적 처벌 ▲불법촬영물 주요 공급망인 음란사이트·웹하드 강력한 단속·수사 등도 추진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몰카는 문명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차마 부끄러운 짓이며 중대한 범죄행위다. 정부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우선 화장실부터 시작하지만 더 나아가 여성 대상의 모든범죄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이러한 반문명적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단속하고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는 지하철과 공중화장실 같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누구나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확산의 속도만큼 인간의 영혼마저 빠르게 파괴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라며 "그것을 촬영하는 것, 유포하는 것, 보는 것 모두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mkbae@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