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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주성원]미국보다 낮은 한국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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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본격화한 1970년대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까지 한국은 고금리 시기였다. 고도성장에 인플레이션이 겹쳤다. 1982년 정부가 내놓은 경기 활성화 대책이 “대출이자를 14%에서 10%로 인하한다”는 것이었으니 기준금리 1.50%인 현재 금리 수준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금리가 안정된 것은 외환위기와 자본시장 개방이라는 홍역을 치른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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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최근까지 한국의 기준금리는 대부분 미국보다 높았다. 1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미국이 ‘제로 금리’ 정책을 편 이후 양국 금리가 역전된 것은 올해 3월이 처음이다. 당시 기준금리를 1.50∼1.75%로 올렸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3일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0.5%포인트로 벌어졌다. 금리역전은 우리 경제 체질이 튼튼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니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미국에는 희소식이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돈 값’이 높은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갈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긴축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위기, 즉 ‘긴축 발작’이 확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뜻하지 않은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한국도 자본 유출을 걱정해 금리인상 목소리가 나왔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본 이동이 금리 차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닌 데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수출기업에 유리한 점도 있다. 최근 경기 지표가 침체 논란을 불러올 만큼 좋지 않은 점도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이유다.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의 뇌관이라는 가계부채 부담도 커진다. 그렇다고 마냥 금리를 묶어둘 수도 없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1.0%포인트가 된다. 이 정도까지 감내할 만큼 한국 금융시장의 체력이 강한지도 의문이다. 금리인상의 골든타임은 언제인가.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