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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호날두가 문신 하지 않는 이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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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한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감염 우려로 1년간 헌혈 못하기 때문

10~20대보다 30~60대 참여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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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헌혈자의 날을 맞아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명한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사진 대한적십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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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혈액과 혈장을 정기적으로 기증하시나요?”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가 축구공 대신 수혈 팩을 들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는 지난달 31일 헌혈을 요청하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공식 헌혈 캠페인에도 그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말로만 독려하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선다. 9년 전 팀 동료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골수 기증자를 찾는 모습을 본 뒤 해마다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이웃에 피를 나누려 그 흔한 문신도 포기했다. 문신할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서 1년간 헌혈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혈하기 위해서 몸에 문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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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직접 나서서 헌혈을 독려하는 모습. [SNS 캡처]




14일 개막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호날두가 선보일 골 세리머니에선 ‘깔끔한’ 맨몸만 볼 수 있다. 함께 월드컵에 나서는 ‘라이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등이 온몸에 문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호날두도 1년에 두 번은 꼭 헌혈합니다. 이런 분들이 헌혈하는 걸 보여줘야 헌혈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헌혈 자체가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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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어린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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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혈액 전문가인 김명한(55)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날두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운동선수도 적극적으로 피를 나눈다”면서 “헌혈에 따른 감염 위험은 제로다. 다른 분들도 헌혈 문화에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배우 최강희 등 일부를 제외하면 유명 인사의 자발적인 헌혈 참여·독려가 적은 편이다. 이대 의대를 졸업한 김 본부장은 고대구로병원 임상부교수, 혈액수혈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헌혈로 에이즈·C형 간염 등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헌혈 시 일회용 기구만 쓰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전혀 없다. 헌혈한 혈액은 4단계에 걸쳐 확인하기 때문에 외국보다 훨씬 안전하다”면서 “수혈에 따른 바이러스성 감염도 2004년 이후로 15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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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할 수 있는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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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편중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전체 국민 대비 헌혈자인 ‘헌혈률’은 5.7%다. 4~5%대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지 않다. 하지만 학생·군인이 많은 10~20대가 헌혈자의 71%다. 김 본부장은 “30대 이상 헌혈자가 대부분인 외국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할수록 헌혈 참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장년층의 건강 관리 미비, 인식 부족 등은 헌혈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김 본부장은 본인이 직접 헌혈에 나선다. 젊은 시절 빈혈이 심해서 여러 차례 헌혈을 시도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빈혈 증세가 좋아졌다. 그 덕분에 재작년부터 4번에 걸쳐 뒤늦은 헌혈에 나섰다. 그는 “나이 들어서 헌혈해도 전혀 부작용이 없다. 앞으로도 1년에 두세번은 헌혈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저처럼 50대 이후에 헌혈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김 본부장은 한 가지만 꼭 기억해달라고 강조한다.

“헌혈은 지금 당장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혈액 제제 사용량을 보면 국민 10명 중 1명은 연 1회 이상 수혈을 받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의 가족, 나의 노후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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