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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궤멸적 참패 보수 야당, 획기적 쇄신 없인 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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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바른미래 지도부 선거패배 줄사퇴

기존 정당 해체, 대통합 재편 요구 분출

진영 넘나드는 이념ㆍ노선 변혁이 우선

6ㆍ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보수 진영이 일대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줄사퇴했다. 보수 정당 안팎에서는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재편이 불가피하지만 간판만 바꾸는 식의 신장개업으로는 재기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4일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면서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성찰의 시간을 갖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머무른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정계은퇴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로써 보수진영 지도자 3명은 대선 패배의 반성도 없이 성급하게 정치를 재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1년여 만에 정치 전면에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지도부 사퇴로 수습될 상황이 아니다. 보수의 적통을 자랑하던 자유한국당이 낙동강 벨트를 모두 내주고 ‘TK 자민련’으로 전락하자 한국당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자는 “몇 사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재창당을 해야 한다"며 한국당 해체를 주장했다. 기초단체장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더 심각하다. 유승민 공동대표의 개혁 보수와 안철수 후보의 중도 세력, 호남 기반의 민주당 인사들의 불안한 동거가 선거 참패 책임 공방 속에서 파탄날 수도 있다.

보수 전체로 위기가 번지면서 백가쟁명식 처방도 제기되는 모양이다. 우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까지 포함한 중도ㆍ보수 대통합론이다. 보수의 외연 확대가 급선무이긴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정치공학적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기성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 밖에 통합기지를 만드는 ‘빅텐트론’도 거론되지만 과거 보수와 차별화할 만한 구심점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30~40대 중심으로 보수의 새 틀을 짜는 과감한 인적쇄신 방안도 나오고 있는데, 이상적인 방안이지만 현실적합성은 다소 떨어진다.

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땜질식 처방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잇단 국정 실패를 누구도 반성하지 않았던 정치적 부도덕을 일소하지 않는다면 보수 진영은 2020년 총선도 기대할 수 없다. 낡은 종북 이데올로기와 사사건건 정부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구태 정치로는 결코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 보수 진영에서 이념과 진영의 분화까지 감안한 근본적 대수술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진보 20년 집권 플랜이 현실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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