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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1000번째 무대 `시카고`…스테디셀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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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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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은 무엇일까. 국내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캣츠'가 떠오르지만, '시카고'가 점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1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 주요 관객이다. 남자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사랑 이야기를 다뤄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뮤지컬이 흥행하려면 여성 관객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시카고'는 그런 측면에서 이색적이다. 주인공 두 명은 모두 여자고 사랑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범죄를 관능적 안무로 표현하고 사법 제도에 대한 풍자를 주제로 다룬다. 드라마로 치면 사극을 주로 시청하는 남성들이 주요 관객이다. 여러모로 힘에 부쳐 보이지만, 뮤지컬 '시카고'는 2000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뒤로 매해 올랐다. 그동안 평균 객석 점유율은 85%로 매번 흥행에 성공했다. 오는 23일 1000번째 무대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시카고'가 또다시 무대에 올랐다.

올해 '시카고'는 라이선스 한국어 공연이다. 그동안 록시 하트로 관객들 뇌리에 깊이 남은 아이비가 김지우와 함께 역할을 맡았다. 특히 올해 공연의 이색적 캐스팅은 음악감독 박칼린이 벨마 켈리에 도전한 것. 그동안 '시카고' 음악감독으로 맹활약한 그가 처음으로 배우에 도전한다. 그와 함께 벨마 켈리를 맡은 배우는 다름 아닌 최정원이다. 박칼린은 '시카고'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최정원과 더블 캐스팅되는 모험을 감행했다. 유일한 남성 주인공 빌리 플린은 남경주와 안재욱이 맡았다. 탄탄한 작품성에 더해 배역 만으로 올해 '시카고' 무대는 주목을 끈다.

그렇다면 올해 '시카고' 무대는 성공적일까. 아마도 대답은 절반의 성공일 것이다. 먼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호평을 받는다. 최정원은 이번 무대가 벌써 11번째, 아이비와 남경주는 4번째다. 박칼린과 김지우는 첫 무대지만 뮤지컬 경력을 오랜 기간 쌓은 때문인지 무리 없이 녹아든다. 여러모로 올해 '시카고'는 명성만 듣고 처음 관람한 관객들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을 듯하다. 마치 미국식 스탠딩 쇼를 보는 듯한 배우들의 대사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 관능적인 안무와 음악은 '시카고'의 명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다만,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배우들은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도 보였다. '시카고'는 다른 뮤지컬보다 고난도 안무를 요구한다. 때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공중에서 춤을 춰야 하며, 바닥에서 펄쩍펄쩍 뛰어 다니기도 한다. 대사 부담이 적은 조연이야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안무를 한꺼번에 모두 선보여야 한다. '시카고'를 무대에 올릴 때마다 경험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처음으로 합류한 박칼린과 안재욱은 안무에서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인다. 젊은 배우들도 체력에 부치는 일을 쉰을 전후한 나이에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두 배우는 뮤지컬 경험이 풍부한 때문인지 배역에 대한 이해는 높았고, 눈살이 찌푸릴 만큼 어려움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또한 마치 리얼리티 쇼 같은 미국의 사법제도를 풍자한 대목에서 한국 현실이 묘하게 겹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8월 5일까지.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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