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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법 따라 현지 도박장 운영,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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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베트남법에 따라 도박장을 운영한 행위가 한국법에는 어긋날 때 과연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을까. 외국에서 국내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면 무조건 처벌한다는 게 기존 판례였지만, 한국의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만 처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새로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14일 베트남에서 ‘시저스 팔레스 클럽’ 카지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항소심에서 ㄱ씨 행위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는 ㄱ씨가 베트남에서 적법한 허가를 받아 도박장을 운영한 것을 한국에서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법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외국에서 발생한 모든 행위를 과연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 논란이 돼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국내법에 어긋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당연히 한국에서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적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 그렇게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시적인 판단을 한 적은 없었다.

학계에서도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외국에서는 국내법의 준수를 기대할 수 없는데도 처벌하는 사례가 생기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이같은 주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에서는 행위를 한 국가에서 범죄로 규정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은 특별히 처벌한다고 법에서 정한 경우에만 처벌한다. 한국처럼 외국에서 한 행위가 국내법에 어긋난다며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사례는 없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ㄱ씨 사건에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외국에서 국내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더라도 ‘한국의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자동차 운전’을 예로 들었다. 영국·일본은 좌측통행이, 한국은 우측통행이 원칙인데 만약 국내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모든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면 한국인이 영국·일본에서 해당 국가의 원칙에 따라 좌측운전을 한 때에도 한국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

즉 한국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은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해석에 따르면 한국인은 해당 국가 법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며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ㄱ씨의 베트남 도박장 운영은 한국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ㄱ씨의 도박장은 주로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포를 유치해 운영된 것이어서 설령 도박장 운영이 베트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내법에 따른 도박장 개장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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