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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韓美금리역전 폭 확대]韓경제 복병에 발목 잡히나. 수출 빨간불 취약계층 도미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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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파월 의장이 13일(현지시간)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도 0.50%포인트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한국경제의 체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튼튼한 만큼 큰 영향이 없겠지만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값은 비싸(수출 경쟁력 약화)지고, 1468조원(한국은행 1·4분기) 규모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다시 돈이 향할 경우 세계증시에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짧은 시간에 주가 급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 한·미 금리역전, 외국인 발 빼나

메트로신문사

한·미 금리 역전 폭이 0.50%까지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이들이 보유한 대출이 부실화돼 경제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우려한다.

경험적으로는 큰 충격이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2001년 3월, 그리고 신용카드 사태 직후였던 2005년 8월~2007년 8월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큰 충격은 없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차 역전 시기에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1%, 수출 증가율은 20%를 기록했다. 두번째 시기인 2005년 1년간 한국 경제는 5% 성장세와 10%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2005년 7월 글로벌 신용등급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하고,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재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자본시장에는 적잖은 영향도 줬다.

지난 3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후 외국인은 3월 -4676억원, 4월, -1조3133억원, 5월 -2764억원 순매도했다. 이들덜오 남북미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그나마 이탈이 줄어든 모양새다.

과거에도 비슷했다. 지난 2005년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자 그해 7월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원 가량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금리 역전을 기점으로 8월부터 5조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어 2006년 10조원, 2007년엔 24조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이 올해 4차례 인상을 해서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가 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자본 유출은 감내할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도 "주식투자자에겐 연준금리보다는 시장의 장기금리가 더 중요하다.2004~2007년처럼 연준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장기금리가 제자리라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한·미 금리차 확대…환율 하락 요인

메트로신문사

경기도에 둥지를 튼 자동차 부품업체 B사는 요즘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는 소식에 한숨이 나온다. 이 회사의 영업담당 부사장은 "경험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시기에 달러값이 하락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장사도 손익분기점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걱정했다.

한·미 금리 역전에도 수출기업들은 주름살이 늘게 됐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 강세고 원화는 약세로 바뀐다. 하지만 현실은 따로 가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쓰고 있어서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미 금리인상기였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도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였다"며 "지금의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경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달러를 선호하지 않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효과도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인 기업 51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의 경영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이슈로 '환율 변동 심화'(48.4%)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글로벌 경쟁 심화'(25.1%), '미국·중국 등의 보호무역주의 강화'(16.0%)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기업들은 보통 환율이 10% 하락하면 운송장비업의 영업이익률은 4%포인트, 전기전자산업은 3%포인트, 기계장비는 2.8%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한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이 대부분 타격을 입는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

한·미 금리 차 확대도 걱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간 단기 금리 차가 1%포인트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이 1.34%포인트 하락(원화값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 1468조 가계부채…고위험 가구 절벽에 내 몰려

메트로신문사

서민들의 주름살도 늘게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리가 오르면 1468조 규모의 가계부채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다. 전체 가계대출의 70%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통계청의 올해 가구 추계(1952만 가구)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가계부채는 7269만원, 가구당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18만1725원이다.

문제는 상환능력이 낮은 취약계층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28만6700원으로 1년 전보다 8.0% 줄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인 가계 역시 4.0% 감소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대출금리가 올라 지출은 늘어나다 보니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저신용(7~10등급)이면서 저소득(하위 30%)인 취약차주의 대출이 지난해 말 12조7000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5000억원 늘었다고 집계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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