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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위기의 P2P](下) 뒷북 대응 韓...美·英은 금융당국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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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P2P(peer to peer·개인간거래) 대출 시장은 감독 사각지대에서 덩치를 키웠다. P2P협회 설립 초기 업체들은 P2P를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관련 법을 제정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P2P 대출 업체의 준수 사항을 권고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3년 만에 급팽창한 P2P 대출 시장에서 사기대출, 횡령 등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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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DB



반면 P2P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긴 영국과 미국에서는 금융당국이 P2P 대출 업체를 직접 감독하며 투자자와 관련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더 늦기 전에 금융당국이 P2P 대출 업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근거 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영국, FCA 인가받고 투자금과 회사재산 분리 회계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P2P 대출 역사가 가장 긴 영국에서는 금융행위감독청(FCA)이 P2P 대출 업계의 건전성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영국은 최소 자본금 요건 등에 대한 FAC의 인가를 받아야만 P2P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해당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부업 등록만 하면 사실상 P2P 영업이 가능한 것과 대비된다.

영국에서 지난 2005년 태동한 P2P 대출업은 초창기에는 영국 공정거래청(OFT)의 감독을 받았다. 그러다 P2P 시장 규모가 커지자 2014년 4월부터 FCA 감독 체계에 편입됐다.

영국은 P2P 투자금을 회사 재산과 분리 회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재무상태, 연결 대출액, 투자현황 등에 대해 FCA에 정기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업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특히 영국은 2016년 FCA 내에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부서도 신설했다. 샌드박스 안에서는 특별한 규제 없이 특정 소비자군에 대해 테스트하고 소비자와 전문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사업시행시 예상되는 법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발전할 수 있는 실험장을 마련한 것이다.

◇ 미국, 증권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청 ‘투트랙’ 규제

미국도 증권위원회(SEC)와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이 P2P 대출 업체를 감독하고 있다. 미국 P2P 대출업 규제의 특징은 새로운 입법보다는 P2P 대출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증권법 등 기존 법 규제 범위안에 P2P 대출업을 순차적으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SEC는 P2P 대출 투자자보호 이슈가 커진 2008년 P2P 대출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증권을 유가증권으로 해석해 P2P 대출 중개를 ‘금융투자상품(수익증권)의 공개적 매매인 것’으로 정의했다. 이를 근거로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따른 증권법 위반으로 일부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2011년 미국 연방회계감사원(GAO)은 P2P 대출에 대해 SEC,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중심의 투트랙 규제를 선언했다. 전자는 투자자의 잠재 위험이 상존하는 P2P 대출 관련 유가증권을 SEC가 고위험 유가증권으로 분류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관리감독하는 것을 뜻한다. 후자는 P2P 대출 및 투자를 소비자금융상품으로 간주해 CFPB가 투자자와 대출자, 플랫폼 모두를 관리 감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과 미국의 공통점은 P2P 금융이 성장하자 금융당국이 직접 규제하는 식으로 제도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중국도 2016년 P2P 대출 관련 법규를 제정했다.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가 P2P 대출업을 감독하게 됐다.

다만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대금업법(한국의 대부업법)의 영향을 받으며 P2P 대출에만 한정된 별도의 감독규제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은 소비자금융(대부업)이 크게 발달한 관계로 P2P 대출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미미하다”며 느슨한 감독규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이 영국식 감독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2P 대출시장 분석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P2P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회사와 고객 자금 구분계리 등 영국 FCA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P2P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P2P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P2P 대출중개 업체의 금융위 등록(감독 근거 마련) △최소자본 유지(파산 우려 불식) △고객자금 구분계리 및 은행 입금(횡령 우려 불식) △기본정보 공시 및 사실관계 확인 의무(사기 대출 우려 불식) △투자한도 또는 투자자 자격 부과(적격성 논쟁 불식) △차입자 자격요건(연체율 하향조정) △차입자의 신용정보 공유(신용평가 정확성제고) 등의 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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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수민 의원실이 주최한 ‘P2P 대출거래업 입법 공청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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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서 낮잠자는 P2P 투자자보호법안들...금융당국 근거법 등 대책 마련 착수

한국 국회에서도 P2P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P2P사의 거래구조 및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으나 국회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온라인 대출거래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발의된지 최장 1년이 넘도록 방치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투자한도 수준, 자기자본 대출 금지, 수수료 규제 등에 대해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균형적인 법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P2P 산업은 규제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했다”며 “규제도입을 통한 이용자의 신뢰 확보는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돈을 빌려준 투자자의 투자금은 물론 상환금까지 가상계좌 등에 분리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중개 업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등록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자의 ‘원리금 수취권’을 민법상 효력을 갖는 ‘원리금 상환청구권’ 수준으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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