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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동연 혁신성장 승부수 '공론화 플랫폼'...혁신법안 발목잡아온 여당이 걸림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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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지부진한 혁신성장 정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규제혁신 공론화 플랫폼’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공론화 플랫폼은 이해관계자, 전문가가 관련 이슈에 대한 의견 제시와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논의 기구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사업이 중지될 뻔했던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를 재개시킨 ‘공론화 위원회’ 방식을 통해 규제혁신의 추진 동력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기득권층의 반발이 규제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인데, 공론화 플랫폼을 통해 최대한 공통분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번번히 좌절됐던 규제 혁신 관련 법안의 입법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규제 개혁에 대한 집권 여당 내부의 인식 차이를 좁히지 않고서는 규제 혁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규제 혁신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을 반대해온 게 현재의 여당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인 보건·의료 분야와 4차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육성의 핵심 수단인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등의 규제 완화안을 도출할 수 있느냐가 혁신성장을 위한 공론화 플랫폼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 범정부 공론화 플랫폼으로 규제혁신 절충안 도출 시도

1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규제혁신 공론화 플랫폼’을 가동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규제혁신 과제를 선별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옴부즈만, 혁신성장옴부즈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규제학회 등의 의견을 취합한 뒤 산업현장에서 혁신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핵심규제를 20~30개 가량 선별할 계획이다.

또 국무조정실, 관계부처 등 범(凡)정부가 선별된 규제들에 대한 논의를 거쳐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 전문가, 이해관계자, 시민 등이 참여하는 규제혁신 공론화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공론화 플랫폼을 통해 다음달 중순까지 1차 대안을 마련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과제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추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8일 월례보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외는 가능한데 우리만 안되는' 규제부터 9월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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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3일 오후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개최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개막식’ 모습. /사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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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공론화 방식이다. 기재부는 애초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 위원회와 같은 ‘이해당사자, 전문가 간 토론 후 시민들의 의사결정’ 방식으로 규제혁신안을 도출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제혁신안의 경우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절충안 도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찬반 투표식 의사결정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등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카풀 서비스 규제 완화 등의 주제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 기존 운송업계 관계자, 관련 당국, 시민단체, 이용자 등이 참여한 해커톤식 합의안 도출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톤은 마라톤 하듯 쉬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일종의 '끝장토론'을 말한다.

◇ 공론화플랫폼 성과? 보건의료·빅데이터 규제완화 여부에 달릴 듯

기재부가 공론화 플랫폼을 통한 규제혁신안 마련을 추진하는 이유는 더이상 규제완화 입법 논의를 국회에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수많은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지역특화발전특구 규제특례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규제완화 방식을 둘러싸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과 병행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막혀 답보상태다. 반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규제프리존식 규제완화의 경우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재벌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비슷한 내용의 상대방 법을 반대하며 싸우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는 공론화 플랫폼을 통해 이해당사자간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다면 국회에서의 입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범(凡) 정부 차원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친 규제혁신 과제의 경우 부처간 조율이 끝났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규제완화 법률의 처리를 가로막는 상임위 간 입법권 침해 논란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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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 등에 반대하는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의 집회 모습. /사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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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공론화 플랫폼이 얼마나 내실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세종시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보건·의료,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완화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따라 공론화 플랫폼의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 등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의료영리화로 가기 위한 입법"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의사 집단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 활성화를 위해 개인비식별 정보 활용을 위한 규제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의 개인정보보호법 완화 반대 목소리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보건의료와 빅데이터 관련 규제완화는 현 정부·여당의 핵심지지층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에 규제완화 입법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규제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규제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정부가 어떤 정치적 절충안을 도출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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