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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20주년 앞둔 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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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노이(베트남)=이학렬 기자] [2018 금융강국코리아]<4-1>한국 기업 성장 한계…현지 기업 네트워크 확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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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 최근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 사진제공=KEB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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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의 베트남 하노이지점이 개점 20주년을 앞두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의 역사는 1967년 옛 외환은행의 사이공지점 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외환은행은 월남(남베트남)의 수도인 사이공(현 호치민)에 지점을 냈다. 1973년 월남 패망에 앞서 외환은행은 사이공지점을 철수했다. 외환은행은 1994년 다시 베트남을 찾아 수도 하노이에 사무소를 열었다. 외환은행 하노이지점은 1998년 8월 은행영업 허가를 취득했고 이듬해 8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하노이지점의 역할은 사이공지점 시절부터 최근까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에 대한 금융지원이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 진출이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KEB하나은행은 현지 기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고 개점 20년만에, 사이공지점 시절부터는 50년만에 현지 기업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지 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은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사이공지점 영업기간 6년을 포함해 26년간 쌓아온 현지 업무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현지 직원 덕분에 FDI(외국인직접투자)와 외국환 분야에서 인지도가 탁월하다. 지난 1분기 기준 ROA(총자산순이익률)는 2.95%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내실있는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ROA 0.79%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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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은 자산 대부분이 한국 기업에 대한 대출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영업해도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지속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17일과 18일에는 각각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인 200여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해 기업고객 유치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국내 기업과 함께 국내 은행의 베트남 진출도 늘면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에는 KEB하나은행을 포함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은 물론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진출해 영업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은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진식 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중복 영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은 새 먹거리를 베트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서 찾았다. 그동안 베트남 SOC 투자는 ODA(공적개발원조)에 의존했는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ODA 조건이 바뀌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해 7월부터 베트남을 우대 융자 국가에서 제외했고 ADB(아시아개발은행) 역시 내년 1월부터 우대 융자인 ADF(아시아개발기금)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다.

ODA가 줄면 SOC 사업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협력하는 민간자본 유치(PPP: Private Publc Partnership)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2030년까지 인프라 개발을 위해 20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재원은 PPP와 시행업자가 자본을 조달해 인프라를 건설하고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정부에 양도하는 BOT(Build-Operate-Transfer·건설 운영 후 양도제도) 등 민간 투자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코트라(KOTRA)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PPP, BOT와 같은 민간 참여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현재 새로운 PPP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은 현지 기업에 대한 영업을 확대하고 SOC 투자에 현지 기업과 함께 참여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막 하노이지점에 부임한 함 지점장은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는 "현재는 현지 기업이나 현지인과 관련한 자산이 거의 없지만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갈 때는 적어도 자산의 40%를 현지 우량자산으로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점 자산으로 만들라=현지 SOC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단독으로 SOC에 투자할 기회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현지 네트워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베트남에는 중국의 꽌시(관계) 같은 띤깜(정감)이라는게 있는데 꽌시처럼 띤깜도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함 지점장은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테니스로 띤깜을 만들고 있다. 베트남에는 테니스를 즐기는 공무원이 많은데 테니스클럽에서 고위 공무원과 만나 테니스를 치며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테니스클럽에서 함께 운동하니 결혼식에도 초대받고 현지 기업인도 소개받는 등 인적 네트워크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함 지점장은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 FLC와 베트남 국적기인 베트남항공 등 현지 기업과 만날 때 항상 현지 직원과 함께 간다. 함 지점장 등 한국에서 온 직원들은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인 직원이 만든 네트워크는 하루 아침에 사라지기가 쉽다. 반면 현지 직원과 하노이지점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면 한국에서 누가 지점장으로 오든 현지 네트워크는 유지된다.

함 지점장은 "지금이야 내가 직원을 데리고 다니지만 나중에는 직원들이 새로 온 지점장을 현지 기업에 소개하게 될 것"이라며 "지점장이 아닌 지점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본점의 지원도 든든하다. 본점 투자금융부는 물론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까지 나서 현지 기업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함 지점장은 "맞춤형 상품 개발 등 본점의 지원이 없다면 현지 기업 공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어렵게 현지 기업 영업에 성공했는데 본점 심사에서 거부될 때는 아쉬움이 크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한국 본사만 믿고 대출을 승인해주는 반면 베트남 기업은 1등 기업이라도 심사가 까다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함 지점장은 "영업의 현지화뿐만 아니라 심사의 현지화도 하루 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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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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