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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성적과 무관한 내 아이의 ‘욕설’,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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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10대의 73%, 초등학교 때 욕 배워

또래 문화이기도 하지만 부모는 당황

흥분해 야단치는 건 금물

아이에 공감하는 게 중요

적대감 품은 말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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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 코리아’ 이미지를 이용해 편집함.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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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개’예쁘지 않냐?” “아니, 존X 눈 썩었거든?” 웃음 띤 얼굴에 조용한 목소리였다. 여중생들은 서울 시내 로드 숍에서 틴트(묽은 액체 타입의 연지)를 고르고 있었다. 문장마다 욕이 들어갔지만, 남학생들만큼은 아니었다. 학원이 막 끝난 시각, 맞은편 편의점에는 남중생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8일, 낮 기온 30도.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로 더위를 식히는 그들에게 대화는 곧 욕이었다. “이X발, 개짱나는 그지X끼야!” “X친, 제발 좀 짜져줄래?” 웃음기를 머금고 있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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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만의 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요즘 10대들은 성적이나 품행과는 무관하게 ‘욕’한다. 201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한국 초중고교생 126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일 욕을 한 번 이상 한다는 이는 73.4%인 반면 욕을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은 5.4%였다. 즉 욕을 안 하는 학생은 2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욕을 하는 이유는 ‘습관(25.7%)’이 1위였고, '남들이 쓰니까'(18.2%), '스트레스 해소'(17%), '친근감 표현'(16.7%) 등이 그다음 순이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공립중학교에 다니는 이아무개(15)군은 “우리 학교는 욕을 많이 안 하는 편”이라면서도 “X발이나 X끼 같은 건 일상적으로 하는데, 그 정도도 안 하면 좀 ‘찐따’나 ‘쫄보’처럼 보이는 게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임성민(43)씨는 “때와 장소를 분별하도록 가르치되, 과도한 간섭은 삼간다”며 이런 말을 했다. “딸애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유튜브에 욕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왕따를 당했대요. 욕을 잘해서냐고요? 아뇨, 너무 못해서요. 애들 식으로 말하면 ‘괜히 센 척하는 쫄보’로 찍혔다는 거죠.”

10대는 말에 욕을 섞는다기보다 욕에 말을 섞는다. 이들이 ‘엄청’의 뜻으로 쓰는 ‘개’와 ‘씹’은 접두사이자 접두어로, 주로 명사나 형용사 앞에 붙는다. ‘개이득’, ‘개웃겨’, ‘개재밌어’, ‘씹멋져’, ‘씹천사’…. 그 자체로 이미 극단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라도 용법은 동일하다. ‘개극혐’, ‘개발렸어’, ‘개빡치네’…. ‘존나’에서 파생된 ‘존’ 역시 용례가 비슷하며(존예, 존잘. 존잼), 강조 어법 중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한 표현은 이 모든 게 합쳐져서 나온다. “우와, 개씹존맛탱!(너무 맛있어!)”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10대의 73%가 초등학교 때 욕을 처음 배웠다.(한국교원개발원 조사)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의미를 모르고 따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신종 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뀨'를 ‘씨X’로 쓰는 걸 봤다”고 말했다. 원래 웹툰이나 게임에서 ‘귀여운 척’할 때 쓰는 표현이던 ‘뀨’는 ‘구’와 ‘구’를 더한 것처럼 보이는 문자적인 특성에 ‘9+9=18(십팔)’이라는 수식이 더해져 'X발’로 쓰이기 시작했다. “‘귀엽다’를 ‘커엽다’로, ‘멍멍이’를 ‘댕댕이’로 쓰는 것과 비슷해요.” 전화보다 카톡이 편한 ‘카톡 세대’에게는 이미 널리 쓰이는 조어법이다.

욕하는 자녀와 맞닥뜨렸을 때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들과 공유하는 또래 문화, 또는 부정적 감정을 배출하는 스트레스 창구로 보고 어느 정도 눈감아줘야 할까, 아니면 언어폭력이나 더 심각한 폭력의 전조 증상으로 보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상황과 정도, 연령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부모 앞에서 부모를 욕 하거나, 그로 추정되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

눈앞에서 대놓고 “X발!”이라고 내뱉는 아이를 처음 보면 눈앞이 아득해지게 마련이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라고 다그쳐 봤자 “나 혼자 한 말”이라고 대꾸하면 그만일 터. 이럴 때 부모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욕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되, 단순히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당위를 얘기하기보다는 1인칭 중심의 화법을 쓰는 게 좋다.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 최명기 전문의는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슬프고, 마음이 아프니 안 썼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며 “옳고 그름을 따지다 보면 아이와 대결 국면이 만들어지는데, 많은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지지 않으려고 더 흥분하고 충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를 재점검해보는 일도 필요하다. “속상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평소 아이와 부모 간 신뢰 관계가 없으면 소용없어요. 만약 아이가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를 미워하고 있다면 욕은 또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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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앞에서 친구를 지칭하는 욕을 할 경우

우선 “무슨 화나는 일이 있었구나. 무슨 일이야?”라고 묻고, 왜 아이가 친구를 욕했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그다음이다. 최명기 전문의는 “아이 입장에서는 어떤 애가 미울 만해서 ‘얘 진짜 나빠’하고 욕을 한 건데, 거기에 대고 욕했다는 이유로 불쑥 야단을 치면 ‘우리 부모는 진짜 공감을 못 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욕하는 내 아이가 위험하다>의 저자인 가정의학과 황지현 전문의는 “부모 대부분이 아이에게 공감하려고 애쓰는 대신 그보다 간편한 ‘판단'과 ‘지시'를 사용한다”며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할 때는 ‘화가 났구나, 속상하구나, 짜증이 났구나’ 식으로 아이의 감정에 ‘~구나’라는 접미어를 붙여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부모나 선생님 앞에서는 욕을 안 하고, 친구끼리만 하는 경우

많은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현재 10대들이 하는 가벼운 욕은 그 뜻을 정확히 알고 한다기보다는 또래 집단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은어나 속어에 가깝다. 또래끼리의 은어나 속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것이다. 최 전문의는 “아이가 친구들과는 욕을 하는데, 부모님 앞에선 안 하고, 선생님 앞에서는 예쁘게 존댓말 한다면 그 아이는 나름대로 사회화가 잘 된 것”이라며 “이럴 경우 지나치게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기장에는 부모 욕을 썼지만, 실제로는 안 한다면 그것 역시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에너지와 적대감을 품은 말을 할 경우

욕은 양날의 검이다. 분노와 스트레스를 배출함으로써 물리적인 폭력을 막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크고 심각한 폭력의 전조 증상이 되기도 한다. 황지현 전문의는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리는 일차적 목적뿐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거나 심각한 상처를 주겠다는 목적을 갖고 욕을 쓰는 경우, 신체적 폭력이나 게임 중독, 왕따처럼 더욱 진화된 상황으로 가는 과도기일 수 있다“고 한다. 이때는 더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단순히 욕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아이한테 내재된 공격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최 전문의도 “단순히 욕의 여부를 가리기보다 아이가 쓰는 말에 공격성과 적대감이 얼마나 담겼는지 읽어야 한다”며 “누군가를 ‘죽여 버리겠다’는 등 치명적인 공격을 의미하는 말이 때로는 욕보다 더 위험하며, 이런 말을 계속할 경우 에이디에이치디(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어 개입과 치료가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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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말했다. 다만, 이때의 개입이 아이를 야단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모가 안방에서 자고 있는데, 먼저 가서 부모를 깨우고 욕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어요. 대부분은 부모가 야단치고 ‘갈구다’니까 ‘X발X발’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아이들은 부모랑 거리를 두고 싶어 하니 이걸 존중해줄 필요가 있어요.”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 이명희 일우재단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녹취 파일에 다량 포함돼 이른바 ‘대한항공 갑질 사태’를 촉발했다. 주로 분노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하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로 인해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ㅆ, ㄲ, ㅍ, ㅃ, ㅊ’ 등 거센소리가 많이 들어간다. 어원을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 특정계층 비방, 성적인 것에 두는 경우가 많고, 지나친 욕설은 대인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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