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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보세]과천과학관, 160일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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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변화하는 과학과 국민이 서로 소통하는 최접점에 과학관이 있다. 특히 현 정부는 경제 발전과 함께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확대와 이를 통해 혁신의 기반을 강화하는 과학관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과학관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만큼 질적 개선도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특별전과 행사 등의 업무를 대부분 용역업체를 통해 추진하다 보니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인식을 오히려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전시물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매년 알맹이 없는 전시회, 문화행사가 반복되기 일쑤고,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등 외부기관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도 지나칠 정도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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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국립과천과학관의 소리 없는 변화가 눈에 띈다. DNA날, 프레첼데이, 스타워즈데이 등 기념일을 연계한 체험·전시해설 프로그램을 신규 개발하더니 3월엔 특별전시팀을 발족, ‘세계자전거 특별전(7월)’, ‘과학의 실패(10월)’ 등 이전에 없던 주제를 발굴, 잇단 특별전 마련에 분주하다. 이중 자전거특별전에선 영문, 중문, 일문으로 홍보 전단지를 제작, 관광공사 해외 지사, 국내 주재 대사관 등과 함께 외국인 관람객 유치에 나섰다. 주목되는 변화는 전통과학관 리모델링 사업을 위탁방식이 아닌 과학관 주도로 전시 주제, 스토리 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천과학관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부서별로 각자의 사업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 구조였던 탓에 타부서 사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풍토였다. 타 부서 직원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사업들이 다수 존재했다. 이는 비단 과천과학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과천과학관의 새로운 변화는 오는 13일로 취임 160일을 맞는 배재웅 관장이 주도하고 있다. 배 관장은 기획 아이디어 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하고, 부서간 칸막이도 낮췄다. 그는 “여러 면에서 폐쇄적으로 업무가 수행되다 보니 우수한 직원들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직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수 마련하는 한편, 행사 후 피드백 등을 통해 사업 전반에 관한 기획·관리 역량을 높였다. 일이 많아져 야근이 부쩍 늘었지만 직원들 표정에 피곤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돼 더 흥이 난다”는 반응이 많았다.

과학관 신설과 같이 가시적인 성과에 주력하기보다는 과학관 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천과학관의 시도를 발판으로 한국의 과학관이 무능한 조직이 아니라 과학의 세계적 발전 흐름을 주도하고, 미래 인재 양성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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