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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로봇과 인공지능…미술관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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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기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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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외계생명체를 걸어놓은 듯한 이불의 조각 '무제', 맞은편에는 산업용 로봇 팔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불의 작업을 재해석한 조영각의 '깊은 숨'이다.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가 지나가는 관람객의 모습을 스크린에 쏘아 영상으로 만드는 인터랙티브 아트였다. 산업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인공지능 딥러닝, 빅데이터, 로보네틱스와 같은 첨단 기술이 미술관으로 걸어 들어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디지털 프롬나드'에서다.

1988년 옛 서울고등학교 터에서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2002년 옛 대법원 터를 개축해 만든 서소문 본관에 서른 번째 생일상을 차렸다.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천경자 박생광 등 국내 대표 작가의 주요 작품 30점과 박기진, Sasa[44], 권하윤, 김웅용, 배윤환, 이예승, 일상의실천, 조영각, 조익정, 취수정 등 젊은 작가들의 신작 10점의 만남을 통해서다. 소장품 4700여 점 중에는 '자연과 산책'을 키워드로 선정한 30점을 엄선했다.

조영각의 작품은 이번에 출품된 소장품의 이미지를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해 학습시켜 만들어진 영상을 투사하고, 빅데이터의 입력에 의해 로봇 팔이 움직인다. 2층 전시장 입구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박기진의 '공'은 지름 2.5m의 거대한 구가 움직이고, 소리를 내고, 물을 뿜어내는 독특한 설치 작업이다. 투박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관객들의 휴대전화로 수집된 사운드를 가공해 중계하는 IT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이대원의 '농원'과 천경자의 '1979 여행시리즈'가 걸린 방을 지나면 배윤환의 '스튜디오 B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작업이 만들어는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은 관람객이 자신이 원하는 키워드 3개를 입력하면 새롭게 디자인된 이번 전시 소장품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도록 '양방향'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여경환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30년 역사를 함께 돌아보고, 새로운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도록 결합한 전시를 기획했다. 신작으로 인해 30여 점의 소장품이 굉장히 돋보이게 구성했으니, 꼼꼼하게 둘러봐달라"고 말했다.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정릉 일대는 구한말부터 역사적 격변기를 겪은 곳이다. 이런 역사성 위에서 미술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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