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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북미 정상 ‘세기의 악수’에도 코스피 잠잠, 남북 경협주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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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치러진 12일 코스피 소폭 하락 마감

코스닥 지수와 원화가치도 전일 대비 하락

외국인 순매도에 주가 내려

철도주 중심으로 남북 경협주는 급락세

예상 범위의 포괄적 합의, 차익 실현 매물

12일 오전 9시 4분(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회담장 입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초간 손을 잡았다. ‘세기의 악수’가 이뤄지는 순간 한국 주식시장도 숨을 죽였다. 기대 섞인 환호보다는 차분함이 두드러졌다. 두 정상이 손을 잡은 한국 시간 오전 10시 4분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0.94포인트(0.04%) 내린 2469.21을 찍었다.

적대국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한 자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회담을 하는 ‘역사적 하루’였지만 주식시장은 들뜨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63포인트(0.19%) 소폭 상승한 2474.78로 출발했다. 그러나 두 정상의 악수와 함께 회담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코스피는 소폭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섣부른 기대 대신 ‘일단 지켜보자’는 판단이 우세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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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개최 1시간 전인 12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북미 회담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2468.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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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은 예정대로 이변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에 서명한 직후인 이날 오후 3시 30분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2포인트(0.05%) 소폭 내린 2468.83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1260억원어치 주식을 팔면서(순매도)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역시 1.51포인트(0.17%) 하락한 875.04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달러당 원화 가치도 하루 전보다 2.0원 떨어진 1077.2원에 마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북미 관계 정상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 전쟁포로 유해 송환 등 4가지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극적인 타결보다는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포괄적 합의로 이날 회담은 마무리됐다.

북한 비핵화로 가는데 이제 첫 단추를 끼운 정도다. 국내 증시가 환호 대신 차분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적 위험과 불투명한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의 이유로 한국 기업과 주가가 같은 경제 수준의 국가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 해소를 논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북미 두 정상이 이뤄낸 세기의 합의에도 국내 증시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회담이 한 차례 취소되는 해프닝 등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평가와 함께 단번에 결과를 내기보다는 단계적인 협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회담 자체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 연구원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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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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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북 경제 협력 관련주는 하락세를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극적이라기보다는 예상했던 수준의 포괄적 합의로 끝나면서다. 남북 경제 협력이 가시화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에 경협주 주가는 하락했다.

북미 회담이란 변수 하나가 사라진 데다, 그동안 급등을 거듭한 것에 따른 피로감까지 겹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현대로템(-4.69%), 대아티아이(-9.74%), 푸른기술(-10.34%) 등 철도 관련 종목의 낙폭이 이날 두드러지게 컸다. 철도주는 남북 경제협력 주요 사업으로 남과 북 철도 연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동안 다른 경협주와 견줘 높은 상승률을 보여왔다.

현대건설(-3.73%), GS건설(-3.58%), 남광토건(-4.77%) 등 건설주도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북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수요로 국내 건설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에 건설주도 그동안 급등을 거듭했었다.

하지만 이날 회담이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살아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불량 국가였던 북한을 국민의 행복과 국제 관계에 온 힘을 쏟는 정상국가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일 것”이라며 “북한에겐 정상적인 국가로 국제 사회에 데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지정학적 우려감이 감소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방향성이 아닌 속도의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짚었다. 이어 염 연구원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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