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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예측불허 전남도교육감....공약 비슷해지자 ‘진짜 진보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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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석규 전 목포대 총장과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초접전

양강 구도에 오인성 전 나주시교육장이 추격하는 판세

시민단체 “고 후보의 ‘짝퉁진보’ 행위로 도민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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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석규(왼쪽), 오인성(가운데), 장석웅(오른쪽)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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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감 선거는 대혼전,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했다. 사전투표 직전까지 부동층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두터웠다.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막상막하의 판세가 형성되면서 선거전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남도교육감에는 고석규(61) 전 목포대 총장, 오인성(62) 전 나주시교육장, 장석웅(63)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후보 3명이 도전했다. 고 후보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남예산 5조원 달성”으로 도시·농촌·도서를 아우르는 전남형 교육모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오 후보는 “인성교육을 위해 통합치유센터를 운영하고, 국도 1호선에서 통일자전거 달리기대회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장 후보는 “교실을 바꾸지 않고는 교육을 바꿀 수 없다”며 촛불혁명 시대에 맞춰 공교육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교무상 교육과 1면1교 유지 등 여러 공약을 후보들이 앞다퉈 수용하면서 세 후보 사이 공약의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여태껏 이뤄진 여론조사에선 고 후보와 장 후보가 경합했다. 오차범위 안의 작은 차이가 여러 차례 나타났고, 후보의 직함을 무엇으로 쓰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었다. 한국갤럽의 지난 2~3일 조사에서는 장 후보 18.6%, 고 후보 18.5%, 오 후보 11.0%였다. 후보 이름만 불러주는 방식으로 이뤄진 조사였다. 한국리서치의 지난 2~5일 조사에서는 고 후보 24.1%, 장 후보 15.9%, 오 후보 11.1%로 나왔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달 31일 조사한 결과는 고 후보 38.1%, 장 후보 24.2%, 오 후보 14.7%였다. 한국리서치와 코리아정보리서치 조사에선 고 후보를 전 문재인 정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소개하면서 지지율이 10%까지 출렁였다. 조사를 맡긴 기관 등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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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혼전 상황 때문에 후보들은 저마다 민주당을 연상하는 푸른 조끼를 입고, 민주화에 앞장선 진보후보를 자처하는 등 신경전을 벌여왔다. 정책의 검증이 어려워진 만큼 ‘진짜 진보후보가 누구인가’가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장 후보와 고 후보는 정체성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 후보는 지난 2월부터 ‘민주진보교육감 후보’이라는 선거 구호를 써왔다. 시민단체 373곳과 전남도민 5만8999명이 경선을 거쳐 부여한 이름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는 참교육 실현과 교육 민주화를 위해 구속과 해직을 반복하는 등 고초를 겪은 평교사 출신이다.

고 후보는 ‘진보민주교육감 후보’라고 자처하고 있다. 대학교수 출신인 그는 장만채 전 교육감이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들자 조직을 승계하며 출마했다. 그는 애초 “보수와 진보를 모두 포용해 미래로 향하고자 한다”며 포용적 진보를 표방해 왔다. 개방적 태도를 보이던 그는 선거운동 중간에 유권자 성향을 고려해 진보민주교육감이라는 구호를 선거 명함과 홍보물에 새겼다.

전남교육희망연대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교육감 후보가 ‘짝퉁 진보’로 도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런 구호를 쓰려면 애초 도민경선에 참여했어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장 후보도 “홍보물의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 ‘한 명의 아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로 표절됐다. 상대가 교육철학을 압축해 놓은 선거구호를 베끼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낸 경력을 자주 거론하고, 역사교과서 진상조사 발표 때 교육감 출마 사실을 밝혔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후보는 “고 후보가 문재인 바람에 편승해 교육감이 되려 한다. 교육감 선거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고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위원으로 참여하고도 ‘이름만 걸었다’며 발뺌하고 있다. 유리하면 내놓고 불리하면 감추는 태도는 공인으로서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고 공격했다.

이를 두고 고 후보 쪽은 “민주나 진보의 가치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기틀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혁신적 연구모임인 한국역사연구회에서도 활동하며 민주화에 기여해왔다. 이런 비방은 대세가 굳어지자 강자를 견제하는 것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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