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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아시아초대석]"만만찮은 성장통, 글로벌 한샘 발판으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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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하 한샘 회장
사내ㆍ외서 불거진 잇단 논란에 "기업의 목적은 고객 만족…사내 근무여건도 개선"
"北시장 열리면 주거환경개선 시장도 새로 열릴 듯…한샘이 기여할 수 있을 것"

아시아경제

최양하 한샘 회장. /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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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이경호 중기벤처부장, 정리 = 김효진 기자]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무엇인지,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기업이 번영할건지 결정하는 사람은 고객"이라고 강조하며 "회사가 인정하든 말든 간에 이제 고객이 회사의 보스"라고 말했다.

1970년 부엌가구를 만드는 연 매출 15억원 규모의 조그만 회사에서 시작해 반세기만에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종합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한 한샘. 40년을 한샘에 몸담고 있는 최양하 회장(69·사진)은 최근 사내외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을 겪으며 "기업 목적은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고객 만족'"이라는 드러커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지난해 성추문 논란을 두고는 "덩치만 큰, '어른아이'처럼 성장한 부작용"이라면서 "내부를 살피고 보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성 기간의 대가는 컸다.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일도 있었다. 1분기 실적도 나빠졌다. 바닥을 치고 반등을 해야할 시점에 계약직 채용공고에 '계약직' 표기를 누락하는 실수가 알려지자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5일 한샘 상암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최 회장은 고객, 직원, 주주들에 세 가지 약속을 했다. 우선 고객만족, 고객 최우선 경영을 통해 고객의 집을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샘 구성원들에는 '가고 싶은 회사 머물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주주와 투자자자를 위해서는 매출 10조원을 뛰어넘는 '글로벌 한샘'을 목표로 향후 3년을 '사람의 한샘, 품질의 한샘, 디자인의 한샘'의 초석을 다지는 시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안팎의 잇단 논란에 대한 입장은.
▲한샘은 일과 성과를 중시하며 매우 빠르게 달려왔다. 매출 15억원짜리 회사가 2조원 규모로 커졌으니 어떠했겠나. 덩치만 큰, '어른아이'처럼 성장한 부작용이다. 사람과 주변을 살필 여유를 갖지 못했던 거다.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어서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만만찮은 성장통을 앓았다. 한샘은 대기업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내부를 살피고 보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우리의 주 고객은 여성이다. 회사에 여성 임직원도 많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목표로 여러 시스템을 가동하면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 임신부 6시간 근무제, 육아휴직 2년으로 확대, 사내 어린이집 확대, 각종 명분의 유연근무제, 육아기 단축근무, 보육비 지원 등 '모성보호제'를 신속히 정비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상암 사옥으로 둥지를 옮긴 뒤 시행한 '5시 정시퇴근제'는 벌써 깊게 자리를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가고 싶은 회사, 머물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

=근로시간단축 제도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한샘의 경우 특히 생산직군 사원들의 근무여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를 해소하고 제도에 맞춘 근무여건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시스템을 고안하고 있다. 예전과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서 효율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곧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남북경협에 관심이 많다.
▲북한이 핵을 정말로 포기할지, 지금의 분위기가 지속될지를 초조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샘 같은 가구ㆍ인테리어ㆍ리하우스 업체도 '남북경협 테마주'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 북한 시장이 열리면 현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시장이 새로 열릴 수 있다. 뭔가를 건설하고 다듬는 모든 분야에서 기대할 만하다. 잘만 되면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거다.

=남북한 통합시장의 의미도 커 보인다.
▲ 5000만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7000~8000만, 나아가 1억 내수시장은 돼야 산업적으로 글로벌 경쟁이 더 수월해진다. 그래야 일본과도 대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같은 곳은 정말 기적을 일궜다고 본다. 기존의 초대기업들과 한샘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는 업체들에게는 내수시장의 팽창이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케아가 곧 이커머스 판매를 시작하고 도심형 매장도 마련한다고 한다.
▲이케아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우리 가구기업들은 다 망할 거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땠는가. 이케아가 들어온 뒤로 3년 동안 한샘은 매출이 2조원 규모로 커졌다. 한샘 외의 많은 홈인테리어 기업들이 같이 컸다. 물론 이케아가 이커머스에 진출하고 도심형매장을 열면 다소간의 영향은 있을 거다. 그러나 한샘과 이케아는 주 고객층과 특장점이 서로 다르다.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이케아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DIY라는 독특한 방식은 특히 젊은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이케아 구매 고객은 이케아 구매 단계에서 이케아 직원을 거의 못만난다. 한샘은 구매부터 배치, AS의 전 과정에서 고객과 스킨십을 하고 긴밀하게 소통한다. 품질과 함께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한샘인을 통한 고객감동의 시스템'이다.

='새로운 먹거리'는 무엇인가.
▲한샘리하우스가 원동력이다. 견적 상담부터 공사까지 믿을 수 있는 홈 리모델링 솔루션이다. 고객은 인테리어의 비전문가가 아닌가. 한샘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등을 감안해 최적의 공간 플랜을 제안한다. 이를 집약해놓은 곳이 서울 용산의 한샘디자인파크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아직은 생각 안하고 있다. 웬만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어 검토는 해야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지배구조나 지분구조상 지주사로 가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지주사의 성패를 가리는 건 결국 사람이다.

=한샘의 중장기 비전은.
▲현재 갖고 있는 아이템만으로도 국내매출 10조원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단 이걸 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싶다. 하지만 100조 한샘, 글로벌 한샘으로 가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성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첫 B2C(기업-소비자거래) 프리미엄 매장을 열었다. 집 전체를 꾸며주는 회사는 중국 내에서 한샘이 유일하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한샘의 비즈니스모델에 관심을 갖는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올해 안에 주목할 만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대담=이경호 중기벤처부장, 정리=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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