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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여자도 강해요'···최강소방관 여성 최초로 도전한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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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여성 '최강소방관' 도전한 김현아 소방교

강한 체력은 물론 장비 숙달 능력 필요해 남자들도 꺼려

한 달 전부터 체력 등 길러 연습했지만 '꼴등'

"구조현장 뛰는 여성 소방관에도 도전하고 싶다"

지난 7일 2018년 경기도 소방기술경연대회가 열린 용인시 경기도 소방학교 훈련장. 호각 소리와 함께 심판이 출발을 알리는 깃발을 들었다.

헬멧과 방화복을 착용하고 어깨에 공기호흡기까지 멘 참가자는 6개의 수(水)관이 끼워진 금속 관창(물 나오는 곳)을 어깨에 짊어지고 40여m를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정리한 다음엔 개당 20㎏인 물통 2개를 들고 7m 높이의 건물을 올라 로프와 연결된 20㎏ 상당의 수관 묶음을 위로 끌어올린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지도 못한 채 다시 물통을 들고 내려와 70㎏ 상당의 마네킹을 옮기고 복식 사다리를 벽에 세웠다. 이후 11층 높이의 훈련탑을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종을 친 후에 끝났다.

중앙일보

최강소방관경기에 도전한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 최장소방관은 강한 체력과 장비 숙달 능력 등이 있어야 완주가 가능해 남성 소방관들도 꺼리는 종목이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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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역량이 뛰어난 소방관을 가리는 '최강소방관 경기방식'이다.

5단계로 진행되는 코스를 빨리 마치는 사람이 1등을 차지하기 때문에 체격이 건강한 남성 소방관들도 혀를 내두른다.

이런 최강소방관 경기에 여성 소방관이 도전장을 냈다.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30)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최강소방관에 여성이 도전한 것은 전국에서 김 소방교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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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경기에 도전한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 최장소방관은 강한 체력과 장비 숙달 능력 등이 있어야 완주가 가능해 남성 소방관들도 꺼리는 종목이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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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의 키에 60㎏ 후반대 몸무게를 가진 탄탄한 체격의 김 소방교는 2013년 12월 임용된 만 4년 경력의 구급대원이다. 구조대원이 화재 등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한다면 구급대원은 구조된 이들이나 환자를 응급처치해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소방기술경연대회에 엄연히 '구급 분야'가 있는 데도 '구조' 분야인 최강소방관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김 소방교는 "소방관이니까"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구급 분야에는 이미 3년 전에 출전했었고 평소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사람을 구할 땐 구조대원, 구급대원을 따지지 않고 남자 일, 여자 일로 나누지 않는다. '나도 소방관인데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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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에 출전한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가 동료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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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은 강한 체력은 기본이고 순발력과 민첩성, 최고의 장비 숙달 능력도 있어야 한다. 시간 단축에 급급해 물통이나 마네킹 등을 지정된 자리에 두지 않거나 반환점 등을 건들면 감점을 받거나 실격된다.

계속 달리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끌어올려야 해 부상도 잦다. 경기 도중 포기를 하는 소방관들도 있다.

그래서 김 소방교 주변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도 "무모한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고 한다.

김 소방교는 "부모님이 워낙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어렸을 때부터 체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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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경기에 도전한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 최장소방관은 강한 체력과 장비 숙달 능력 등이 있어야 완주가 가능해 남성 소방관들도 꺼리는 종목이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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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출동도 잦고 업무도 많은 탓에 구급대원 임용 이후 운동을 쉰 것이 문제였다.

경연대회 한 달 전부터 연습했는데 오랜만에 한 격한 운동은 통증만 남겼다. 그래서 달리기 위주로 기초 체력과 지구력을 키웠다.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것은 겨우 10일. 하지만 "속된 말로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김 소방교는 "공기호흡기를 멘 상태에서 물건을 들고 뛰고 해야 하다 보니 남자 직원들과 동등하게 겨루기엔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했다"며 "'평소에 운동을 좀 할걸'하는 후회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까지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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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경기에 도전한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 최장소방관은 강한 체력과 장비 숙달 능력 등이 있어야 완주가 가능해 남성 소방관들도 꺼리는 종목이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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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 소방교는 31개서 91명의 출전 선수들이 참가한 경기도 '최강소방관경기'의 유일한 여성대원이 됐다.

결과는 8분 16초로 꼴등. 1등 기록인 3분대 후반, 전체 기록 평균인 5분대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그녀가 경기를 마쳤을 땐 주변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최강소방관은 경기방식이 워낙 고돼서 중간에 포기하는 남성 소방대원들도 있는데 여성 대원이 남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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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경기에 도전한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 최장소방관은 강한 체력과 장비 숙달 능력 등이 있어야 완주가 가능해 남성 소방관들도 꺼리는 종목이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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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방교는 경기도 내 최초의 현장 여성 구조대원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중구조나 인명 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전사 출신이나 인명 구조사 자격을 취득해 구조대원으로 임용된 여성 소방관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육아나 체력 등의 이유로 현장 근무에선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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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방관에 출전한 송탄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김현아 소방교.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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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방교는 "여성 대원이 필요한 재난현장도 있지 않겠냐. 여자 소방관도 현장에 강하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틈틈이 체력을 키워 내년에도 최강소방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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