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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푸틴, 국민과의 대화서 "미투는 서방 언론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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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는 30년도 더 된 문제, 정치캠페인이 돼선 안된다…

세계 3차대전 무기는 몰라… 4차대전은 돌·막대기 싸움"

직설과 궤변을 오가는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4시간 반 동안 '말 폭탄'을 쏟아냈다. 2001년부터 매년 국영TV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푸틴과 국민의 직접 대화(Direct Line)' 자리에서다. 이날 생방송은 사전에 국민으로부터 250만여 개의 질문을 접수, 이 중 70여 개를 선별해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푸틴은 이 대화에서 서방 국가들을 수시로 비난했다. 최근 미 트럼프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등에 고율 추가 관세를 매겨 서방 동맹국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 데 대해 푸틴은 이렇게 비꼬았다. "관세는 명백한 (대유럽) 제재 아닌가. 유럽이 (러시아처럼) 크림반도를 합병이라도 했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고 서방 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투하한 '관세 폭탄'이나 러시아가 받는 국제 제재가 별 차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를 휩쓴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 투(Me Too)'도 공격 대상이 됐다. 그는 "특정 단체들이 10, 20, 30년도 더 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건 서방 언론의 음모다. 문명국가라면 법원과 경찰이 사건을 (법대로) 처리해야지, (정치적인) 캠페인이 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서방 갈등으로 인한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아들곤 "3차 대전을 어떤 무기로 치를지는 모르겠지만 4차 대전은 돌과 막대기로 싸워야 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했다. 3차 대전이 벌어지면 문명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유례없는 고공 지지율 속에서 혹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엔 화면을 응시하며 "외롭지 않다. 나에겐 팀(참모진)이 있으니까"라고 했다.

미 ABC는 "과거 러시아 황제인 차르가 농민의 하소연을 들어주던 방식을 차용, 국정 장악력을 과시하기 위한 기획 쇼"라고 평가했다. 푸틴은 이날 방송에서 '손자 세대에 전해줄 격언'을 묻자 "거짓말하지 마라"고 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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