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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법조계의 새로운 이슈, 가상화폐에 얽힌 형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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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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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61] 가상화폐에 얽힌 형사사건 변호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경찰 형사단계.

최근 가상화폐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느니, 그 반대로 대학 등록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전부 날렸다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남들 이야기에 불과했고 가상화폐와 관련된 문제가 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난 것이고, 현재 이슈가 무엇인지 인터넷과 문헌을 통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문제에 얽힌 법률 문제를 리서치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사건에 대한 답을 얻으려 할 때 과거에는 주로 논문이나 판례 등 문헌조사를 많이 했다. 인터넷을 통해 조사할 때도 글로 정리된 글을 많이 접하곤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많이 보게 된다. 홍보용 동영상도 없지 않았지만 꽤 내용 있는 정보가 유튜브에 많았다. 토론 동영상도 많아서 쟁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새삼스럽게 세상이 바뀌었구나 실감했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화폐발행권을 우회하여 민간이 사실상 화폐를 발행·유통시킨다는 데서 가상화폐의 문제가 출발하는 것 같다. 화폐가 갖는 거래 수단, 가치척도 수단으로서의 높은 신용력은 정부가 화폐발행권을 독점하고 화폐의 신용력을 보증한다는 데서 부여된다. 가상화폐는 비록 정부의 보증이 없더라도 분산원장이나 블록체인이니 하는 진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가 보증하는 것 이상의 신용력을 가질 수 있다. 비단 블록체인 기술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이 잘 운용될 수 있도록 아주 절묘하게 디자인돼 있는 듯 싶었다.

가상화폐 문제는 그간에 국가나 법이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현상이다. 규정도 없고 선례도 없다. 외국의 입법례도 아직 정착 단계는 아니다. 기존 법체계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을 때 흔히 적대시→방임→합법화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가상화폐에 관한 한 방임과 무시 단계였다가 투기 광풍의 대상이 되자 현재는 적대시와 규제의 대상이 된 듯 싶다. 정부의 규제 방법으로 가장 빠르고 효과가 큰 것이 역시나 형사처벌 수단이었을까. 가상화폐 판매업자나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는 소식이다.

수사기관은 가상화폐의 투자자 모집 과정에 '원금 보장'을 했느냐를 따져 유사수신으로 단속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가상화폐를 소개하며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운운하고 다단계 형태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으는 것이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 바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여 규제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또 투자자 모집 과정에 가상화폐의 투자가치를 속이거나 원금 손실이 예견되는데도 원금 보장을 약속한 경우에는 사기에도 해당하여 통상 두 가지 죄명 혐의로 함께 수사를 한다. 유사수신행위법에 의한 법정형이 낮은 편이므로 법정형이 높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를 얹으려는 의도다.

이러한 규제의 밑바탕에는 가상화폐가 아무 쓸모없는 가상의 허구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 싶다. 최소한 가상화폐가 거래의 수단,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이라는 화폐의 기능과 관련하여 어떤 경제적 가치가 있기는 한 걸까. 정부는 지금껏 이에 대한 공식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가상의 허구물로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가상화폐에 투자하라는 권유는 그 자체로 사기가 될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권유, 가상화폐 개발, 가상화폐 활용이 모두 올 스톱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가상화폐가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라는 최소한의 질문에 정부는 침묵하고 있기에 초래된 상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나 세무처리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재산상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에 몰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이 결정을 주춧돌로 삼아 가상화폐를 둘러싼 각종의 문제에 해답을 찾아나갈 수 있으리라 싶다. 옥석을 가려 규제할 것은 규제하고, 건전한 가상화폐 개발자·판매자들은 살려야 하지 않을까.

내 사건은 어떻냐고? 내가 맡은 사건은 아직 가상화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가상화폐 개발자와 가상화폐 홍보·판매업자 사이에 다툼이 생겨 그 판매대금에 대한 횡령죄 성립 여부가 문제된 건이다. 이 문제가 가닥이 잡히면 가상화폐 판매와 관련한 사기와 유사수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논리와 팩트에 대한 증빙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사건 덕에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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