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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진짜 철쭉으로 하는 철쭉제는 소백산 철쭉제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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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철쭉으로 하는 철쭉제는 아마 소백산 철쭉제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축제를 여는 시기가 5월 말경인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이 축제지 철쭉은 축제를 열 만한 군락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산철쭉으로 하는 축제처럼 장관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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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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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철쭉제는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으로 나뉘어 열립니다. 소백산 자락이 닿는 도와 시군이 달라서 따로 열릴 뿐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 일대에서 연화봉까지의 구간에 철쭉이 펼쳐지는 건 같습니다.

그러니 그곳까지 오르는 다리품을 팔지 않으면 소백산 철쭉제의 참맛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축제장에서 막걸리에 파전 먹고 밤공연 즐기는 것이 축제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영주 소백산 철쭉제는 영주시 풍기읍의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 쪽에서 열립니다. 그곳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를 이용해 연화봉 쪽으로 올라갑니다. 국립공원인데도 웬 입장료 같은 것을 1인당 2,000원씩 현금으로 징수 당하는 경험을 여기서도 해야 합니다.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으로 희방사에서 걷는 요금인데, 지리산 성삼재 가는 길목의 천은사에서 걷는 것과 같습니다. 보지도 않을 문화재를 놓고 관람료를 걷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관행입니다. 차라리 그냥 통행세라는 이름으로 걷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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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등산로 들머리에 있는 노각나무(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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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돈 걷는 입구에는 물푸레나무와 함께 노각나무가 눈에 띕니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노각나무는 이곳 소백산이 북방한계지인 나무입니다. 나무껍질에 있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아름다워 비단나무라 불리기도 합니다.

희방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매우 커다란 키의 노각나무가 내려다보고 있어 그 모습이 압도적이기까지 합니다. 정말 오래된 것은 노각나무가 아니라 양버즘나무 같은 나무의 껍질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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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방폭포



내륙지방 최고의 폭포라는 28m 높이의 희방폭포에 이르면 문화재관람료를 낸 것이 잠깐 아깝지 않습니다. 희방폭포의 폭포소리에 마음을 씻어내고도 문화재관람료를 낸 것이 아깝다 싶은 분들은 희방사에 잠깐 들러 매발톱이나 2,000원어치 구경하고 가면 됩니다. 어차피 등산로 쪽으로 갈 수 있게 길이 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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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방사 경내의 매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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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주변에서는 여러 나무를 지나치게 됩니다. 그러다 속이 비어가는 고목이 있어 그 앞에 멈춰 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낮은 곳에 삐죽 내민 가지에 달린 잎을 보고 그제야 그 나무가 물푸레나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푸레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두 그루밖에 없어서 장수목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물푸레나무는 비록 썩어 가고는 있습니다만, 그 엄청난 키와 둘레에 한번쯤 감탄사를 내뱉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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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고목



산은 계속 오르막이고 계단의 연속입니다. 힘은 좀 들지만 산을 오르면서 보면 극상림의 최후 승자 경쟁을 벌이는 소나무와 신갈나무 군락을 만나게 됩니다. 숲이 안정화 상태에 접어든 상태를 극상림이라고 하는데, 한때 그 최후 승자로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꼽은 적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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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높이기 경쟁을 하는 신갈나무(좌)와 소나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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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서어나무나 신갈나무 같은 활엽수를 최후 승자로 보는 데 이견을 달지 않습니다. 소백산은 소나무가 어느 정도 자리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식축구 선수들처럼 스크럼을 짜고 소나무를 밀어내는 신갈나무 군락의 모습을 소백산에서 많이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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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을 짜서 소나무를 밀어내는 신갈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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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재미에도 지칠 즈음이면 강우레이더관측소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소백산천문대도 보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연화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에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곧이어 소백산천문대 풍경을 배경으로 핀 분홍색 철쭉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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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능선부의 철쭉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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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쪽의 철쭉은 소백산천문대와 강우레이더관측소 풍경이 한몫합니다. 그 구조물이 처음 들어섰을 때는 혹시 자연의 풍경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없으면 아마 밋밋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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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레이더관측소와 소백산천문대를 배경으로 핀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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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쪽의 철쭉 군락은 일부러 심지는 않았겠지만 이곳에 철쭉이 많아지게 된 이유는 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부분적으로 가리는 부분가발이라는 게 있던데, 혹시 이곳도 띄엄띄엄 있던 철쭉 사이에 부분적으로 철쭉을 심어서 군락을 이루게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든 꽃은 산 정상 부근에 있는데 축제는 저 멀리 아래쪽에서 하고 있으니 어느 곳이 축제장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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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연화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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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4.3㎞나 됩니다.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연화봉까지 올라온 것보다 더 긴 거리입니다. 능선길이라 많이 힘들지는 않지만 시간 안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리이기에 섣불리 도전해서는 안 됩니다.

비로봉까지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원점 회귀를 하든 천동계곡이나 기타 다른 곳으로 하산하는 만큼의 거리를 계산에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 자신도 준비가 부족해서 비로봉 주변의 철쭉까지 보고 오지는 못했기에 그곳의 소식까지는 전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번 생에는 꼭 비로봉 주변의 철쭉까지 보고 올 예정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생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freebowl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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